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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승차대 위에서 만난 詩 - 저곳

망명객 2009. 9. 2. 03:42
20090901 홍대역

지하철 승차대에서 詩를 만났네.
손에 든 시사주간지 위를 훑던 시선이 안전문 위 알록달록 안전스티커 건너 불투명 글자 위에 앉았네.
'주의' '무리한 승차는 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너머 '저곳'이란 詩, 그 위에 말일세.


     저곳
             - 박형준

공중(空中)이란 말
참 좋지요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곳

그대와
그 안에서
방을 들이고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웠으면

공중이라는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새떼


투명한 유리 위를 채우고 있는 반투명의 글자.
비움으로 채움을 이루는 '저곳'에선 승객들이 이를 몸소 실현한다네.
도시인은 저곳을 통해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울 방으로 돌아가겠지.
그 냄새는 새떼의 따뜻함일 터.

비움과 채움의 계면,
시선은 손 끝 시사주간지 위로 돌아왔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