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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정호展

피드백(리뷰)

by 망명객 2005. 6. 28.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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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5월 20일, 인사미술공간


아주 오래된 이야기지만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라 불리는 백남준 씨의 인터뷰를 읽었던 적이 있다. 기억이 오롯이 남아있는 건 아니지만 대충 '예술가도 밥 벌어먹기 위한 직업인이며 상품으로서의 예술을 무시하는 건 위선이며, 상당수 예술인들이 팔리기 위한 사이비 작가'라는 위악에 가까운 내용으로 기억한다.

갑자기 백남준 씨의 이야기를 꺼내는 건 옥정호의 행적에 대한 이야기와 그의 작품을 통해 백남준 씨의 위악을 되씹고 있었기 때문이다. 금요일 오후에 찾아간 갤러리는 오직 나 혼자만을 위한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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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안 되는 작품을 심각하게 노려보았다가 끝내는 혼자만 심각한 내 자신이 웃겨 허탈한 웃음을 지어본다. 서로 떨어져 있던 신사임당과 율곡 선생의 동상을 장풍으로 나란히 서게 만드는 옥 선생님의 따뜻한 가족주의와 각종 지방자치도시, 지방문화제 캐릭터의 왕국 속에서 그들을 보살피시는 생명주의, 유관순 누나 동상의 앞에다 ‘만세’ 대신 ‘호호호’로 잃어버린 관순 누나의 웃음을 되찾아주시는 센스까지 옥 선생님이야말로 진정한 휴머니스트가 아닐까. 물론 압권은 세계적 마술사인 데이비드 카퍼필드와의 대결. 카퍼필드가 제국의 상징인 ‘자유의 여신상’을 4차원의 세계로 보낼 때 우리 옥 선생님은 계획된 애국주의의 상징인 ‘이순신 동상’을 4차원의 세계로 보내 자유의 여신상과 이순신 동상이 4차원 세계에서 서로 만나도록 했으니, 이는 전 세계적으로 애국과 자유의 전파 확산에 큰 시금석이 되었으리라.

옥정호전을 나서며 옥정호란 사람을 위선과 위악의 이분법으로 판단해보려 했다. 하지만 겨우 이제야 난 옥정호를 알았으며 그저 짧게 웃음의 해방을 안겨준 것만으로 그에게 고맙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저 그가 그의 작품으로 밥벌이는 될 수 있을까라는 물음을 달고 나올 뿐. 고로 판단은 무한유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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