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靈室

일상다반사

by 망명객 2005. 2. 14. 00:39

본문

한라산 영실 입구의 버섯농장은 서귀포 항이 내려다보이는 솔동산 언저리 조부모님 댁과 함께 내가 고향이라 칭할 수 있는 곳이다.

겨울의 조부모님 댁은 넓은 창으로 쏟아지는 볕 아래 늙은 고양이의 게으름과 같은 여유가 묻어난 곳이라면 靈室은 한자에서 알 수 있듯 굶주린 혼들의 장소이다. 제 어미의 육신이 일용할 양식이 되어버린 사실을 깨달은 500 아들이 패륜을 가슴에 품고 절벽에서 뛰어내려 500 괴암을 이루었다는 곳, 그 아래 하루하루 살아가는 이들의 생명을 이어주던 고된 노동의 현장이 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 하면서도 가난의 애잔한 비애를 느끼게 한다.

올 겨울 섬에는 눈이 많이 내렸단다. 지난 1월 중 반 이상 눈이 내린 날이었다니 그보다 훨 북쪽 서울에서도 눈 구경하기 힘든데 고향 땅에서 올 겨울 처음으로 눈을 밟아보게 될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KTX  (0) 2005.02.21
회고록  (0) 2005.02.14
이 녀석들...  (0) 2005.02.13
친구의 머리에 불을 당기다  (0) 2005.02.13
050204, 상암 경기장  (0) 2005.02.13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