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여
가진 게 없어 지켜야 할 것도 드문 삶이 있다
그런 삶에도 썩어 문드러질 육신의 무게가 맨정신으로는 감당하기 힘들 때가 있지
늘어나는 껍데기의 욕망과는 반비례로 알맹이는 늘 빈곤하고
우리는 결국 그렇게 썩어 문드러질 껍데기에 끌려가고 있다
술 잔을 비우고
세 치 혓바닥으로 세상을 난도질하며 낄낄거려도
돌아서면 공허한 수컷의 헛된 자위질...
한 해가 간다
종로의 좁은 골목 위로 이불솜 깔듯 눈이 내렸고
추위에 웅크린 몸은 여전히 꿈 속을 헤매인다
가진 게 없어 지켜야 할 것도 드문 삶이 있다
그런 삶 자체도 소중히 지켜야지
우리의 삶을 사랑하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