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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과 소치

뉴스가 있는 풍경

by 망명객 2007. 7. 9. 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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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내 동계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깐죽거리려 한다. 놀이기계와 동반으로 테러 당할 순 없으니, 박노자 선수의 글을 빌려서...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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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 "승리"를 한탄한다...

지금 가족들에게 오래된 빚을 갚는 의미에서 가족들과 이태리에서 짧은 휴가를 보내면서 어느 한국인의 민박집 공용 컴퓨터로 이 글을 짧게 올립니다.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은, 소치의 소위 "승리" 이야기를 듣고 나서 느낀 감회들 (?) 때문이지요. 어느 한 군데에서 태어났다면 그 쪽의 정치체에 대해 죽을 때까지 "애국심"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보시는 "태생적 애국심" 논리의 옹호자 분들이 러시아 태생인 제가 지금 은근히 기쁘리라고 생각들 하시겠지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기쁘기는커녕 슬퍼서 울고 싶은 기분이지요. 제가 소치라는 흑해안 도시 주위의 자연을 일단 체험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부 코카서스의 그 산맥, 그 산악 하천, 그 새들의 울음 소리, 끝이 없어보이는 등산로들.... 이제는 끝이 오는 것입니다. 올림픽을 빙자하여 "올림픽촌 개발"한다는 건설업체들이 산악 지대에서 골프장 개발에 곧 착수한다는 이야기도 있고, 국립 공원 구내에서의 시설 건설은 이미 예정이 돼 있다는 것입니다. 작년에 25%나 그 덩치를 불린 러시아의 건설업은, 전통 토건 국가라고 할 일본, 한국만큼이나 환경 파괴에 대해 무감각하지요. 러시아 자본의 탐욕, 푸틴 도당의 국제 과시욕, 세계적 "빅 스포츠" 관련 업체들의 무조건적 영리추구주의는 이제 서부 코카서스를 덮칠 것입니다. 오늘날 "푸틴 대통령 만세"를 부르고 있는 절대 대다수의 소치 시민들은, 산사태, 물 오염, 공기 오염 등이 심해져야 지금 오늘날에 어느 정도의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는지를 알 것입니다. 오, 우민들의 환호성이여, 얼마나 많은 눈물들을 예견하고 있는 것인가요!?

산속의 하천들이여, 정말 미안해요!

(출처 : 박노자의 글방 http://blog.hani.co.kr/gategateparagate/70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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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치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한탄하며 역으로 한글을 읽을 줄 아는 사람들에게 불현듯 다행스러움을 느끼도록 하는 저 능수능란함을 바라보라. 역시 대표급 선수의 내공이 엿보이지 않는가. 

그리고 그 끝에서 독자가 느낄 다행함의 정체를 되묻고 깨닫도록 한다. 어느 도시가 이기든 국가적 정체성을 넘어 최종적으로 미안함을 느껴야 할 대상은 자연이라는 사실을. 결국 동계올림픽 유치 도시 결정 그 자체가 누구의 행, 불행을 나눌 수 있는 건이 아니라 자연의 일부로서 인간 모두가 미안함을 느껴야 한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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