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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이 다문화사회 이끈다

다민족사회

by 망명객 2009. 6. 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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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Auntie K

요즘 제가 주로 고민하는 부분은 이주민들과의 소통입니다. 소통 없는 삶은 무의미하니까요. RTV를 비롯해  지원금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들이 많습니다. RTV에 프로그램을 공급하던 MWTV도 마찬가지죠. 퍼블릭 엑세스 채널의 공공성은 인정하지만, 되묻고 싶은 건 정작 이 정부 들어 최악을 상정하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전 RTV나 MWTV를 비판하는 입장입니다. 전 공공성을 상정한다고 해서 모두가 다 정부의 지원금만을 바라봐야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시민사회에 대한 비판과 마찬가지입니다. 시민 없는 운동이란 비아냥거림에 언제까지 그대로 조직을 유지해야 하는 건지, 정말 답답할 따름입니다. 지켜보는 제가 이렇게 답답한데 정작 시민운동의 주체라는 분들은 얼마나 갑갑할까요. 아니, 이제 툭 까놓고 이야기할까요? 재생산 안 되는, 답보 상태의 운동이 운동이라고 할 수 있을지... 부디 최근 들어 늘어난 NGO학과에서는 이를 해명해주시길 빕니다.

아... 제목으로 돌아갈게요. 인터넷이 다문화사회 이끈다. 이주민 인구가 100만을 넘어섰습니다. 언어란 장벽이 존재하지만, 이주민들에게 인터넷은 자국 소식을 전하는 주요한 매체가 되고 있죠. 아, IT강국 대한민국이요? 그놈의 강국이란 소리 좀 빼라고 하시죠. 이들은 자국에서 겪은 인터넷 환경에 적확한 서비스들을 주로 이용합니다. 물론 한국에 들어오기 전부터 이용하던 서비스는 구미권 서비스가 대다수입니다. 몽골과 베트남 분들은 주로 야후 서비스를 애용하시더군요.

가끔 우리가 떠드는 인터넷 강국이란 소리가 인프라 강국이란 소리로 등치시키는 건 아닌지, 홀로 고민하게 됩니다. 인터넷도 문화적 상품이라 생각할 때, 드라마나 음악과 같이 문화적 할인이란 개념이 개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언어에 따른 문화적 부산물이 이주민들의 인터넷 국내 서비스 이용에 장벽이 되는 것이죠.

6월 초, 이명박 대통령은 아세안 경제공동체 형성의 틀을 마련합니다. FTA에 버금가는 아시아 경제공동체를 형성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죠. 한류 드라마 주인공이 아세안 퍼스트레이디들을 접견했습니다. 전 그 모습을 보면서 웃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세안 회원국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단기적 처방일 뿐이었으니까요.

자, 밖으로 향한 시선을 안으로 돌려 봅시다. 이미 국내에선 다국적 유학생들이 학업을 이어가고 있고 다문화사회가 시대적 화두로 떠올랐습니다. 다민족 국가로의 이행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죠.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이 인터넷을 이용하지 않을까요?

전 인터넷이 다문화사회를 이끌 원동력이라고 봅니다. 인터넷에 국경이 없듯, 언어적 장벽도 인터넷 앞에선 해결 가능한 문제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그게 미래의 인터넷 사회입니다. 과거 미국 사회에서 민족 매체들이 행한 사회적 동인은 민족적 구심점이었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생성될 다양한 민족 그룹별 매체들이 그런 역할을 수행하리란 건 자명한 이치입니다. 다만, 신문과 방송을 위주로 한 구매체 중심의 민족 매체가 인터넷 기반으로 바뀔 수 있단 상상력을 발휘해봅니다.

광고 시장의 악화, 사회 공공성 약화에 따른 구매체들의 붕괴 시점에서 한국 내 민족 매체들이 무거운 조직을 운영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가벼운 매체, 기동전을 펼칠 수 있는 매체가 살아남습니다. 그래서 전 인터넷을 주목합니다. 공동체라디오도 활용 정도에 따라 좋은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상상력이겠죠.

이주민들의 한국문화 동화 정도는 아직 측정된 수치가 없습니다. 그만큼 이주민에 대한 연구가 요원한 시점입니다. 단, 이미 밝혀진 정보에 의하면 이주민들이 겪는 문화적 갈등이 높다는 것과 이주민들의 문화 표현 욕구가 높다는 사실 뿐. 이를 프로그램화 했을 때 문제가 따릅니다. 단기 거주를 목적으로 한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영구 거주를 염두에 둔 결혼이주여성자들을 대상으로 하는가에 따라 정책적 접근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밝히고 싶은 건, 이주민들에게 인터넷을 알려주면서 한국 서비스들을 권하고 싶진 않다는 점입니다. 왜냐구요? 이주민을 포함한 국내 거주 외국인들의 한국 인터넷 서비스 회원가입은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저는 이를 실명제의 어두운 면이라 표현합니다. 이주민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는 자원봉사자로서 전 이주민들에게 미국 서비스들을 이용하길 권합니다. 다음보단 구글을, 네이버보단 야후를... 그런 식이죠.

인터넷 세상에서 애국심은 조금 먼 이야기입니다. 반크를 들먹이실 순 있습니다만, 제 이야긴 그 친구들과 거리가  멉니다. 당장 개인의 입장에선 사용하기 편한 서비스를 이용할 따름입니다. IT강국이요? 조금 말을 정확하게 하시죠. IT인프라 강국일 뿐입니다. 당장 해외에 진출했던 IT서비스 업체들의 성적이 이를 반영합니다.

희망...
물론 희망은 있습니다. 이주민들에게 국내 인터넷 환경은 언어적 제약이 따릅니다. 업체에 따라 메인페이지 정도는 회원의 환경설정에 의해 다국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구글은 이를 지원합니다. 그러나 다음이나 네어버는 이를 지원하지 않죠. 일억이 넘지 않는 한국어 이용자 전용 서비스와 전세계 인구를 대상으로 기획한 서비스는 응당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조금 더 상상력을 발휘할 순 없을까요? 가능성은 무궁무진합니다. 해마다 그 수가 늘고 있는 아세안 인터넷 유저 인구만 보더라도 시장성은 충분하다는 게 제 판단입니다. 문제는 이를 지원할 법제도적 환경입니다.

전 제가 아는 이주민 친구들에게 구글 서비스를 권유합니다. 조금 느리긴 하지만 아무래도 글로벌 마켓을 상대로 기획한 서비스라, 구글은 이주민들에게 적합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다음이나 네이버요? 가입이나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바꿔주시죠. 응당 한국어 이용 유저들도 적은 마당에 글로벌 마켓에서 살아남긴 힘든 서비스들입니다. 너무 매몰찬가요?

전 인터넷이 다문화시회를 이끌 원동력이라 생각합니다. 이는 다만 국내 포털을 염두에 둔 기획은 아닙니다. 한국의 다문화를 이야기할 때 늘 걸리는 건 언어적 문제입니다. 저도 한국어를 사랑하는 사람이지만, 다국어를 염두에 두지 않은 서비스는 국경 안에 머물 뿐입니다.

귀국 후 한국어 선생님이 되고 싶다는 인도네시안 친구가 있습니다. 최근 이 친구가 텍스트큐브에 블로그를 개설한 뒤 한국어 속담을 인도네시아어로 번역한 포스팅을 꾸준히 올리더군요. 2억이 조금 넘는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언젠가는 이 친구의 블로그가 제 값어치를 할 거라 전 믿습니다.

국내 이주민들이 블로그스피어 내 발화 주체로 등장할 수 있을까요? 전 그게 가능하리라고 봅니다. 출신국이나 민족별 미디어의 맹아는 바로 그들입니다. 아울러 이들은 해외 시장 개척의 첨병이기도 하죠. 모든 문제는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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