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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동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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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명객 2009. 6. 28.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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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집 냉동삼겹살


■ 방법론재수강 님의 냉동 삼겹살 포스팅


라면 안주 삼아 소주 빨 수 있는 곳이 마기집이었다. 호주머니 얇은 학생들의 성지. 만원짜리 한 장이면 대충 둘이서 얼근히 취할 수 있는 곳. 오돌뼈가 괜찮은 술집 겸 밥집이었다. 이제 마기집은 부귀식당과 함께 재개발의 명목 아래 옛이름이 돼버렸다.

냉동삼겹살은 마기집의 정점을 이루던 메뉴다. 호기롭게 냉동삼겹살을 주문하던 날이면 늘 주인 할머니는 상추가 없다며 푸념을 늘어놓곤 했다. 상추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마기집에 대한 모독이다. 마기집에는 상추가 늘 없었고,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우리는 주인 할머니에게 김치나 많이 달라는 주문사항을 건네곤 했다. 

냉동삼겹살의 정점 시즌은 반팔 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다니는 여름철이다. 호일 위에서 쪼그라들며 익어가는 냉동삼겹살은 잃어버린 부피 만큼의 눈물을 흘렸고, 기름과 만난 수분은 불판을 달구던 불꽃의 크기에 비례해 주변 상 위를 어지럽혔다. 아, 맨 살 드러난 팔다리도 기름 박격포의 사정권 안에 들게 된다.

팔다리 위로 기름 맞으며 마시는 소주는 달다. 포물선을 그으며 날아가는 기름, 말 그대로 지글거리며 달구어진 호일 위는  정말 소주맛 나는 술자리를 선사한다. 전쟁같은 밤일을 마치고 난 새벽 시린 가슴 위로 찬 소주를 붇는, 절절한 아우라가 펼쳐진다. 물론 지글거리는 호일 위는  

마기집이 문을 닫고 정육점식당도 업종을 변경했다. 점점 냉동삼겹살을 맛볼 수 있는 곳이 사라지고 있다.


아직 제일식당이 남아 있다.

방법론 재수강 하시는 형님께선 신규 발굴 아이템을 어여 이 후배에게 알려주시길...
(한방 쏴달란 소리지... 우리 얼굴 본 지도 백만 년 지난 것 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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