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차대에서 詩를 만났네.
손에 든 시사주간지 위를 훑던 시선이 안전문 위 알록달록 안전스티커 건너 불투명 글자 위에 앉았네.
'주의' '무리한 승차는 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너머 '저곳'이란 詩, 그 위에 말일세.
저곳
- 박형준
공중(空中)이란 말
참 좋지요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곳
그대와
그 안에서
방을 들이고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웠으면
공중이라는
말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새떼
투명한 유리 위를 채우고 있는 반투명의 글자.
비움으로 채움을 이루는 '저곳'에선 승객들이 이를 몸소 실현한다네.
도시인은 저곳을 통해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울 방으로 돌아가겠지.
그 냄새는 새떼의 따뜻함일 터.
비움과 채움의 계면,
시선은 손 끝 시사주간지 위로 돌아왔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