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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뭥미? - ViO휘오 제주 워터+

일상다반사

by 망명객 2009. 10. 2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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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 캠퍼스 한 켠에서 뭔가 나눠주는 판촉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얼떨결에 행사요원이 내민 생수 한 병이 내 손에 들리게 됐다.

'ViO 휘오 제주 워터+'

눈 덮인 한라산과 돌하르방의 이미지 위, 외래어의 조합 속에서 '제주(JEJU)'라는 단어가 눈에 띈다.

제조원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란 마크가 상품 라벨 위에 선명하다.

'삼다수' 동생이려니 생각했건만, LG생활건강 측에서 상품화한 생수가 '휘오 제주'란다.

아무 생각 없이 한 모금 들이키고 있자니, 호숫물은 그대로 두면 그냥 자연일 뿐이지만, 이를 생수통에 담아 팔면 상품이 된다던 책 구절이 떠올랐다.

삼다수에 이어 이 녀석까지...

한국지리 수업을 제대로 받은 사람들은 제주도의 자연 취락이 바닷가에 생성돼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것이다. 지표면 위에 소라 껍데기와 같은 동글동글한 등고선들의 집합이 제주도라는 건 한국지리의 단골 시험문제였다. 화산토 지형에 따라 해안가 샘물을 중심으로 자연 취락이 형성됐단 내용 또한 한국지리의 시험문제로 종종 오르곤 했다.

현대인에게 제주도는 관광의 섬이자 휴양지의 이미지가 강하겠지만, 불과 몇십 년 전만 하더라도 가난하고 못사는 동네가 제주도였다. 오죽했으면 왕조시대의 대표적 유배지가 제주도이겠는가. 화산토 지형이 논농사에 적합하지 않으며, 감귤이 특산 작물로 상품화에 성공한 것도 그리 오랜 이야기가 아니다.

제주 지하수가 상품화에 성공한 건 94년 지방자치제의 재건과 맥을 같이한다. 지하수를 상품으로 팔아 학교 급식비를 충당하겠노라는 공약이 어느 도지사 후보의 입을 통해 나오게 된 것. 그렇게 탄생한 게 '삼다수'였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제조하고 농심이 유통하는 형식으로 삼다수는 국내에서 프리미엄 먹는 샘물의 위치에 올라서게 됐다. 삼다수의 제주 도내 구매가격과 서울 시내에서의 구매 가격 사이에는 꽤 큰 가격 차이가 있다.

제주 시내에 우뚝 서 있는 '칼호텔'이 제주 지하수 개발의 1호였다. 한진 사장이 매일 칼호텔에서 길어올린 지하수를 공수받아 마신다는 등의 풍문을 어린 시절에 듣고 자랐다. 대한항공 기내 공급 먹는샘물도 제주 지하수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문제는 먹는샘물 개발이나 그 상품화가 아니다. 지하수도 한정된 자원이란 사실이 문제점이다. 감귤 이후 특화 작물을 개발하고자 하는 제주 농어민의 의지는 '바나나'와 '파인애플'에 이어 '광어양식'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시설 작물의 경우 필히 지하수를 뽑아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바나나와 파인애플 농장이 성행하면서 도내 곳곳에 지하수 개발이 이어졌다. 뭐, 내 주변 친척들도 바나나와 파인애플에 이어 광어양식까지 열심히들 하셨다.

주로 해안가에서 이뤄진 지하수 개발의 경우, 지하수 압력이 높지 않아 해수가 유입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염분이 들어간 지하수는 농업용수로써 쓸 수 없다.

무분별한 지하수 개발을 염려하는 목소리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섬 생활은 물과의 싸움이기 때문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지하수를 이용해야 하는 각종 시설작물들이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각종 특화 작물들을 개발하고는 있지만, 옛 제주처럼 모두가 바나나 농사를 짓고 모두가 파인애플을 길러내던 시절이 아니란 이야기다.

철저한 데이터로 무장(?)한 개발공사가 진행하고 있으니 그냥 믿어야 하는 걸까. 그냥 믿어도 되겠지. 재정 자립도 낮은 동네가 살 길은 오로지 개발 아니겠는가. 논농사에 적합하지 않은 화산토 지형이 먹는샘물에 적당한 지하수를 남겨주셨으니, 하늘은 늘 공평한 법이다. 그렇게 공평한 하늘의 뜻이 부디 제주땅에 사는 지역민들에게 골고루 뿌려지길 기대한다. 그게 진정한 하늘의 뜻이니까.

난 삼다수가 비싸서 봉평샘물 사거나 아리수(수돗물) 끓여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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