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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공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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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명객 2008. 4. 2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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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맞아 주말마다 도심 곳곳의 결혼공장을 찾아가게 된다. 늘 집에 걸려 있기만 하던 양복을 걸쳐 입고, 공장 입구에서 지인의 이름을 확인하고, 떠밀리듯 지갑에서 만원권 지폐 몇 장을 봉투에 넣어 식권과 교환을 한다. 멋지고 예쁜 신랑신부에게 축하의 이야기를 건네고, 역시 축하사절로 참석한 몇몇 지인들과 시시껄렁한 안부를 나누고, 들리지도 않는 주례사를 경청하는 척 하다가, 사람들 틈바구니 속에서 사진을 찍는다. 어차피 결혼 당사자는 기억을 못할 테니, 되도록 사진은 함께 찍어주는 센스가 필요하다. 중요한 건 식사. 결혼 시즌을 맞이해 식장은 하객들로 만원이다. 몰려드는 인파에 피로연 자리는 북새통이다. 이렇게 사람이 밀릴 경우에는 머릿수로 떨어지는 갈비탕이 최고련만 뷔페일 경우는 다시 북새통 속을 헤매고 다녀야 한다. 재수가 좋을 경우는 폐백을 마친 신랑신부와 다시 인사할 시간을 맞게 되지만, 요즘같은 경우는 거의 식사를 마치는 것 자체가 행운에 속하기 때문에 인사고 나발이고 자기 배 채우기가 우선이다. 시간대 마다 한쌍의 커플이 기성품처럼 쏟아져 나온다. 시간대별로 식장을 꾸민 화환도, 하객들의 면면도 교체가 된다. 능력있는 하객은 점심과 저녁 식사는 물론 간식시간의 끼니도 식장에서 해결하기도 한다. 다만 식장 동선을 잘 그릴 경우에나 가능한 경우이다.


결혼도 기성품 찍어내듯 다루는 세상에, 하객이라고 다를 쏘냐.


어쨌든, 결혼하는 모든 지인들이 행복하길 빈다. 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