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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자의 언덕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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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명객 2011. 3. 18.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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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잃은 선배의 얼굴은 수척했다. 상주의 역할이란 육체보단 정서적인 피로를 동반한다. 화장장 대기실에서 운구차 모인 선후배들은 똑똑한 휴대전화기를 들고 시덥잖은 농담을 주고 받았다. 손 안에 쥔 기술의 결정체는 산 사람들에게만 유효한 기기였다. 텔레비전에선 고위공직자 청문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날 선 질문을 던지는 국회의원이나, 이를 덤덤히 듣고 있는 청문회 당사자에겐 세속의 영욕이 영원한 가치이리라. 

장정 여섯이 함께 들었던 관이 작은 유골함으로 변하는 시간은 겨우 1시간 30분. 벽제를 나선 차량은 파주에서 멈췄다. 버스 안으로 쏟아지는 볕은 따가웠으나 파주의 언덕은 아직 봄물이 들기 전이었다. 추모공원에 들어선 비석마다 꽃다발을 곁에 두고 있었다. 아직 겨울의 때가 켜켜한 언덕 위, 알록달록한 조화(弔花)의 오와 열은 조화(造花)처럼 비현실적이었다. 

작은 유골함이 땅 아래 자리 잡고, 그 위로 국화 몇 송이가 놓였다. 다시 그 위로 흙이 덮혔고 억누르는 울음소리가 바람에 새어 나갔다. 영정 속 선배의 자당께선 아직도 중년의 기운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계셨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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