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공간
요즘과 같은 연말이면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곤 한다. 이룬 것 없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것은 가끔 슬픔을 몰고 오기 때문이다. 물론 시간이 멈춘다고 해서 무엇인가를 이룰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 한 해를 돌이키며 마음껏 웃을 수 있었던 순간에 대한 기억이 내게는 나름대로의 위안이다. 차 한 잔이 생각나면 찾게 되는 공간이 있다. 이십여 년 가까운 시간 동안 늘 그 자리를 지킨 드뷔시 산장이 그곳이다. 물론 내가 이곳을 다니기 시작한 건 겨우 10년 전이다. 겨우 10년 전 말이다. 몇 차례 주인이 바뀌면서 그 내부도 조금 변하긴 했지만 아직 내게 드뷔시 산장은 시간이 멈춘 공간이다. 빼곡히 벽면을 채운 낙서들은 수많은 이들의 사연을 담고 있다. 사랑했고 미안했던 이야기들이 벽면 위에..
이미지 잡담
2009. 12. 23. 0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