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홍
그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얼굴 빨개지는 아이"였다. 특히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될 시기에는 급격히 빨개진 얼굴을 가리려 고개를 푹 숙이곤 했던, 그런 사람 말이다. 평상시 그의 하얀 얼굴은 빨간 얼굴을 더욱 도드라지게 했으니, 그는 그렇게 쑥스러움이 많은 사람이었다. 물론, 그와 같은 공간을 지키고 있던 나는 그의 하얀 얼굴과 빨간 얼굴뿐만 아니라 보라빛 얼굴도 기억한다. 강촌의 어느 민박집, 물러나는 전직 학회장으로 칠배주를 한꺼번에 들이킨 그는 그 고통을 고스란이 보라색 낯빛으로 표현했었다. 그리고 며칠 뒤, 춘천역 근방의 닭갈비집에서 그 어느 때보다 하얀, 그래서 더욱 창백해보였던 그는 자주 화장실을 들락거렸고, 나와 내 동기 녀석은 차려진 닭갈비로 열심히 배를 채우고 있었다. 차려진 음식을 몇 점..
일상다반사
2007. 6. 17. 1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