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봉공사의 미덕 : “당신의 문화정책은 무엇입니까?” - 고영직
신예작가 박주영의 장편소설 『백수생활백서』(민음사, 2006)에는 책에 미친 '백조’가 등장한다. 이 여성화자에게 책은 '종교’적 숭배의 대상이다. 예컨대 “누군가 예수를 믿고 부처를 믿듯 나는 책을 믿는다”라는 진술을 보라.‘책=예수=부처’라는 등식이 성립 가능하다. 책에 미친 바보인 이 여성화자의 꿈이 남들과 똑같은 인생 목표 따위를 상정하지 않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그녀는 돈과 입신출세立身出世의 성공 신화가 지배하는 세상의 논리로부터 이탈해 ‘역주행’의 상상력을 마음껏 구가하고자 한다. 즉 ‘나’의 개성과 취향을 더 중시하는 삶의 윤리학을 추구하고 그러한 가치를 내면화하고자 하는 것이다. 나는 『백수생활백서』에 등장하는 여성화자가 추구하는 삶의 지향성을 이른바 ‘멸공봉사滅公奉私’의 윤리학이라..
피드백(리뷰)
2006. 11. 23. 14: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