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꽃 넝쿨 우거진...
자전거 도난으로 심란한 마음이지만 낙담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체념하고 사는 게 정신건강에 이로운 법이니까. 그저 도난당한 그 녀석 덕에 허리띠를 한 칸이나 줄일 수 있었으니 본전 뽑은 셈 칠 수밖에. 밝은 봄볕이 이른 더위를 재촉하니 누가 뭐래도 내 갈 길을 가야지. 누그러진 마음으로 외출을 하니 평상시 못보고 지나쳤던 동네 풍경들이 눈에 들어온다. 특히 담배가게 앞, 형형색색의 장미꽃이 만발한 어느 담벼락이 눈길을 잡아끈다. 낮은 울타리 위를 지킬 수 있는 건 깨진 유리조각이나 뾰족한 창살들만 존재하는 줄 알았다. 적어도 내가 지냈던 서울의 동네는 그러했다. 타인에게 행복을 빼앗길까 두려워하는 사람들과 그 사람들이 쌓아둔 벽과 번뜩이는 날들이 가득한 공간 말이다. 메아리 소리 해맑은 오솔길도 아..
일상다반사
2007. 5. 22. 2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