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선물
할아버지께서 항암치료 차 서울에 올라오셨다. 지난 4월부터 서울 병원을 드나들던 할아버지를 작은아버지들이 돌아가면서 간병하고 있다. 어제, 3개월 만에 뵙는 할아버지는 맨머리를 드러내신 채 기력이 쇠한 암 환자의 모습 그대로였다. 작은아버지의 승용차 뒷자리에서 할아버지께 지난 3개월간의 안위와 고향 소식을 묻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부모님이나 조부모님이나 늘 간만에 만난 피붙이에게 묻는 건 똑같다. 타향 생활에 대한 걱정, 그 모든 게 단 한 마디에 녹아 있다.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냐?" 둘째 작은아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내가 밥상에 둘러 앉았다. 점심식사치곤 조금 부담스러운 안심구이가 상 위에 오른다. 불판 너머에 앉아 계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숯 열기로 어른거린다. 평생을 농사로 버..
일상다반사
2009. 7. 17. 14: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