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 환희 웃고 있는 주인공은 마치 술자리에서 "괜찮아, 세상 별거 있냐"라며 위로의 술잔을 권하는 친구처럼 보인다. 그래서인지 그의 내뻗은 손 위에 소주잔이 쥐여져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건 혼자만의 착각일까?
2. 추석연휴를 맞이해 내려온 고향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옛 친구의 부름에 술 한잔 나누고, 다음날 숙취에 아픈 머리를 감싸쥐며 동네 영화관을 찾는 것.
3. 이상을 위해 산다는 건 먹고 살아야 한다는 가장 현실적 문제와의 충돌이다. 울려대는 전화벨이 반갑지 않은 건
때로는 받기 싫은 전화가 받고 싶은 전화보다 더 큰 삶의 무게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습관처럼 '소화제'만을 반복적으로 찾는 이유는 관성처럼 흘러가는 생의 모습.
4. "다시 시작할래~" 달려오는 기차를 맞이하며 부르짓던 설경구의 '돌아갈래~'가 아닌 혼자 마시는 술에 전화기를 통해 어머니에게 울먹이던 이야기. 꿈은 이제 원형에서 현실에 맞춰 변주한다.
5. '행복?' 클래식 음악의 긴장감보다 오히려 천박하다 이야기했던 '상하이 트위스트'가 행복의 본질에 더 가까운지도 모른다.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이끌어온 탄광촌에서 그 아비의 유희가 아이들에게도 대물림 되었으리라. 신나면서도 슬픈 씬, 작은 일탈에서 변신의
속도는 더해만 간다.
6. 한 이상가의 현실과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여정. 그 여정의 끝은
죽음이겠지만 이제 중간 기착지에 내린 우리는 벚꽃 날리는 어느 봄날 옛 연인의 집 앞에 앉아 잘 받지 않던 전화를 먼저 걸고
있으려나? 중간 기착지는 회귀일 수도 있겠다. 회귀하는 모든 건 반동성을 내재하니까.
7. 영화는 희망이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이는 철저히 상투적이다. 그래서 아프다. 그래도 살아야 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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