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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by 망명객 2008. 1. 16.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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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15일 오후 10시 27분 48초. 손목시계의 초침은 힘겨이 떨릴 뿐, 더이상 시간의 쳇바퀴를 구르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도 아침 샤워를 끝내고 내 왼쪽 손목에 이 녀석을 채우는 걸 보면 습관이 참 무섭다는 것을 새삼스레 깨닫게 된다.

만화 케릭터가 그려진 어린이용 시계부터 100M 방수를 자랑하던 돌핀 전자시계, 권위적이던 쌍봉황 시계와 훈련소 앞 싸구려 전자시계, 그리고 그 외 몇몇 시계들. 그렇게 왼쪽 손목은 늘 인연들이 엮어내는 사연들로 묶여 있었다. 그리고 그 사연들은 손목 위에 뚜렷한 낙인을 남긴다.

2년 반, 참 오랜 시간 이 녀석과 함께 했다. 낡아 헤어진 가죽 밴드와 작은 상처들이 이제는 쉬고 싶다 항변하는 듯 하다. 하지만 건전지를 갈아주면 언제 죽었었냐는 듯 다시 쌩쌩히 돌아갈 녀석임에는 틀림없다. 아직 이 녀석의 유효기간은 끝나지 않았다. 시간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내 왼쪽 손목에 이 녀석은 늘 자리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믿고 싶다.

지독한 습관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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