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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한국어 (고종석)

피드백(리뷰)/짧은 글

by 망명객 2009. 1. 5.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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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를 '국어'라 부르는 관행에 일본어를 '고쿠고'라 부르는 관행만큼 국가주의 충동이 웅크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할지라도, '국어/한국어'의 쓰임새와 '고쿠고/일본어'의 쓰임새에선 나란한 편향이 읽힌다. 다시 말해 '국어'는 '한국 국민이 배우고 사용하는 한국어'인데 비해, '한국어'는 '외국인이 배우고 사용하는 한국어'라는 뉘앙스가 있다. 그런데 이 둘을 꼭 갈라놓아야 할까? 한국인이 쓰는 한국어를 지금처럼 꼭 '국어'라 불러야 할까? 이 책의 부제에서도 드러냈듯, 나는 '국어'보다는 '한국어'라는 말을 선호한다. 딱히 국가주의가 아니라 할지라도, '국어'라는 말이 드러내는 자기중심주의나 주관주의는 정신적 미숙의 표지다. '국문학'이나 '국사'라는 말도 다르지 않다. 외국인 한국어학자, 외국인 한국문학자, 외국인 한국사학자만이 아니라 한국인 한국어학자, 한국인 한국문학자, 한국인 한국사학자도 보고 싶다. 물론 여기서 '한국'은 딱히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의 약칭이라기보다 한반도라는 공간 또는 한반도 남반부라는 공간을 무심히, 다시 말해 별다른 정서적 이입 없이 가리키는 말이어야 할 테다.

- 말들의 풍경, 1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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