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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과 글

뉴스가 있는 풍경

by 망명객 2009. 3. 26.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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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펜이 칼보다 강하다고 이야기한다. 시간은 흘러 '칼'의 자리를 '돈'이, '강하다'란 서술어는 '무기력하다'가 대체한 듯하다. 신체자유란 기본권을 빼앗긴 상태에서 온전히 자기 의지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은 정신세계뿐이다. 개화기 매일신문의 주필 이승만이 그랬고 이탈리아 공산당의 거두 그람시가 그랬다.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은 스테디셀러의 반열에 올랐고, 사회주의권 몰락을 감옥에서 목격한 이진경은 근대의 경계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모두 열거하진 않았지만, 감옥은 수많은 문인과 사상가를 길러낸 장소다. 강제된 격리 상황이 정신적 작업을 더욱 정교히 가다듬게 되는 계기였으리라. 감옥이란 공간적 아우라가 덧칠된 글은 그만큼 치열한 전투성을 품고 있다.  글의 형식이 개인적 성찰의 형태를 띄더라도, 그 내용은 불순함은 불온함을, 점진적 개혁은 급진적 혁명으로 치닫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금서'의 딱지가 8,90년대 사회과학 츌판물의 활황과 변혁운동의 정점을 이끌어냈듯, 억압은 또다른 저항을 불러일으킨다. 인신에 대한 구속은 정신적 저항으로 폭발한다.

현 정권이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다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저항의 댓가가 감옥밖에 없다면 현 정권은 과거의 권위주의 정부와 다를 바 없다.

저항에 대한 최고의 대응은 무대응이다. 위협에 소구하는 대응은 한계가 명확하다. 진정 이 정부는 혁명을 원하는 것인가?


- YTN 노종면 노조위원장 구속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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