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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개별성

일상다반사

by 망명객 2009. 5. 25.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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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저녁 지하철, 사람들 손엔 '호외'가 들려있었다.
서울의 먼 남쪽 봉화마을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고,
쉼 없이 달리는 지하철에선 그의 죽음이 읽히고 있었다.

밤 9시가 가까운 시간,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앞에는 3백 명이 넘는 이주민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여들었다.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이주민 캠프가 열리기 때문이다.
이들을 태운 버스는 심야의 영동고속도로를 따라 강원도 평창을 향했다.
국토를 횡단하는 영동고속도로 위헤서도 봉화마을은 먼 남쪽이었다.
단, 한 정치인의 자살이 행간 속에서 읽히던 서울은 서쪽으로 멀어져갔다.
일상 노동으로부터의 일시적 탈출,
그 즐거움이 모두의 얼굴 위에 가득하다.


24일, 경포대 해수욕장을 뒤로 하고 버스는 다시 서울로 돌아왔다.
3백 명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에겐 동녘의 푸른 바다가 즐겁고도 아련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택시 안 라디오에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속조치 내용이 계속 흘러나왔다.

삶의 개별성.
내 위치에 따라 방위가 상대적이듯, 자연의 한 조각인 삶과 죽음도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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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훌륭했던 대통령이기보다 가정 덜 악했던 대통령의 죽음.
'노무현'이란 기호가 어떤 위력을 발휘할지 두고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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