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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뉴스가 있는 풍경

by 망명객 2007. 1. 24.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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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간된 계간지 '비평' 겨울호를 통해 윤평중 교수가 "이성과 우상 : 한국 현대사와 리영희"라는 글을 발표했다. 이미 신문지면을 통해 리영희 선생에 대한 비판으로 널리 알려진 글이다. 그러나 언론쟁이들의 못된 습성 상 텍스트의 맥락을 무시하고 자기 입맛에 맛게 다시 누비고 기워낸 기사를 만들어낸다는 점을 상기할 때 본문을 전체적으로 읽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개인적으로는 리영희 선생이 교수로 재직하던 학과를 졸업했으나, 이미 입학도 하기 전에 선생이 정년퇴임으로 학교를 떠난 탓에 수업을 직접 들어본 적은 없다. 다만 그가 남긴 텍스트와 몇몇 소소한 일거리 때문에 선생의 꼬장꼬장한 성격을 간접적으로 대할 수 있었을 뿐.

 

윤 교수는 텍스트 서두에서 실천적 지식인으로서 리영희 선생의 업적을 치켜세운다. 그리고는 "한 시대의 지적 패러다임을 규정하는 데 결정적 영향을 준 그의 논리에 대한 의문은 자연스레 그가 미화한 패러다임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문제제기와 연결된다"며 집필 동기를 밝힌다.

 

그의 작업은 리영희 선생의 저작이 갖는 논리적 한계성이나 학문적 엄밀성에 대한 고찰이다. 윤 교수는 리영희 선생의 텍스트와 당시 시대적 정황들에 대해 아우르며 "조야하고 도식적인 그의 인본적 사회주의는 시장맹과 북한맹을 배태하면서 우리 시대를 계몽함과 동시에 미몽에 빠뜨렸다"며 리영희 선생의 작업을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중반부에 인용한 모택동에 대한 중국인민들의 평가를 패러디해 "리영희의 공이 일차적이고 과는 이차적이다"며 "냉전반공주의가 압살한 불행한 시대의 자식"으로 리영희를 평가한다. 

 

굳이 윤 교수의 텍스트를 찾아 읽은 건, 리영희 선생을 삶의 모델로 삼고 있는 후배가 있기 때문이다. 리영희 선생을 삶의 모델로 삼고자 한다는 그 후배의 이야기에 부디 비타협적 인텔리로 산다고 하더라도 엘리트적 자존심만은 배우지 말라고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물론 그런 자존심이 선생이 비타협적인 삶을 살도록 한 기반이었겠지만, 현대 사회에서 엘리티즘은 자칫 왕따의 길을 걷게 할 수 있다고.

 

군포 지역사회에서 일을 하시던 모 선생님은 리영희 선생이 현재 거주하는 아파트에 기념관을 짓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앞에서 반대의 논지를 밝혔었는데, 망명객의 조악한 이유를 윤 교수가 한 문장으로 정리하고 있다.

 

"우상을 타격하는 그의 이성이 그 과정에서 스스로 세운 또 다른 우상에 의해 광휘가 바래 이성의 존재 이유를 훼손한다는 사실이 논변된다."

 

한 세대나 그 이상의 시간이 지난 후의 기념관은 나름대로의 의의를 찾을 수 있겠지만, 우상을 타격하던 리영희 선생을 우상으로 박제화하는 것은 적극 반대한다는 것.

 

리영희 선생의 은퇴가 아쉽긴 하지만 은퇴 이후에도 여러가지의 사유거리를 던져주는 선생은 존경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그의 논리가 그대로 우상이 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또한 이러한 논의들을 맥락과 다르게 정치적 소재로 이용하는 언론쟁이들도 경계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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