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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

뉴스가 있는 풍경

by 망명객 2007. 6. 7.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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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어는 고급 식재료다. 

역설적이게도 복어는 자연이 만든 가장 강한 독을 품고 있다. 아무나 복어를 손질할 수 없다. 복어 요리를 위한 자격증이 따로 있는 이유도 복어가 품은 독이 그만큼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수조 속에 가두어진 복어를 본 적이 있는가?

녀석들은 수조의 모양을 따라 일방향으로만 내달린다. 시계 반대 방향으로 치닫던 녀석들. 그 녀석들에게는 꼬리지느러미가 없었다. 육식인 복어는 인간이 던져주는 사료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결국 제 동족의 꼬리지느러미를 잘라먹는 것. 얼마 남지 않은 꼬리지느러미를 지키고자, 다른 개체의 꼬리지느러미를 노리고자 서로의 뒷꽁무니만을 향해 일방향으로 빙빙 도는 녀석들이 복어다. 적을 만난 복어는 자신의 몸집을 부풀리지만, 먹느냐 먹히느냐 서로의 꼬리를 향해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생존 레이스에선 몸집을 부풀릴 여유 따위는 찾아보기 힘들다. 결국 몸을 부풀리는 건 뜰채에 걸려 인간의 손에 잡힐 때.

헤쳐 모이고 헐뜯는, 정치란 이름의 수조 속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그들만의 꼬리지느러미는 서로의 입안에서 씹히고 국민의 선택이란 뜰채 위에서는 제 꼬리 대신 홀쭉했던 상생의 배를 부풀리는 것. 그들의 부풀어오른 배를 갈라보면 시커먼 독을 품고 있다. 

정치공작의 대명사가 되다시피 한 '초원복집'까지는 아니더라도 종로구청 앞의 복지리가 떠오르는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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