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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 마흔여섯에는...

일상다반사

by 망명객 2008. 2. 1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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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대병원 입구 50미터 전방에 위치한 술집 도어즈


퇴락한 구제주의 골목길에 위치한 도어즈. 아마 제주에서 여기만큼 많은 레코드를 소장한 집은 없을 것이다. 늘 한결같이 시끄럽게 웃어대는 경숙누나가 백 만원이 채 안 되는 외상값 대신 인수한 이 술집은 그 허름함에 비해 풍성한 음악 선물을 안겨주는 곳이다. 내 나이 쉰 정도가 되었을 때 이런 술집 하나 운영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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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용민


촌놈이 촌놈이길 거부할 때 나타나는 증세가 있다. 허장성세가 그 대표적인 증세인데, 오고가는 이야기에 과장이 끼기 마련이다. 그런 면에서 고등학교 후배 용민이는 참 편한 녀석이다. 제대로 된 사투리를 구사하는 녀석에게는 늘 진솔하면서도 진정성이 담긴 이야기가 쏟아진다.

이제 대학 졸업반인 이 녀석은 현재 구미에서 덤프트럭을 몰고 있다. 구미에서 대학을 다녔기에 공장일부터 노가다 잡부까지 자유자재로 뛰어다니던 녀석이다. 잠시 뉴질랜드를 다녀온 녀석의 졸업 후 계획은 다시 뉴질랜드로 돌아가는 것. 양치는 목동이 되려하느냐는 농에 심각한 표정으로 요트 건조 기술을 배울 것이라는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는다.

그러나 구체적인 이야기는 거기까지일 뿐. 얼마 전에 시인으로 등단한 아버지와 수필을 쓰시는 어머니를 모신 이 제주 총각은 나이 마흔다섯이 되었을 때 이룰 로망을 풀어댄다. 자신이 직접 만든 요트를 타고 뉴질랜드에서 제주까지 항해할 계획이라는... 다소 황당한 이야기일지도 모르지만 용민이가 하는 이야기라 진지하게 들어준다. 나름 로망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거기에 더해 좀 더 돌아서 제주 돌하르방의 뿌리를 찾는 여정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이야기를 쏟아놓는다.

그리고 내 나이 마흔여섯에 마흔다섯이 된 이 녀석과 함께 녀석이 만든 요트를 함께 타기로 했다. 녀석의 진정성을 알기에 내 선뜻 이 녀석을 끝까지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 앞가림이 중요하지만, 이런 꿈 하나 정도는 품고 사는 게 인생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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