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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살기 힘든 세상

뉴스가 있는 풍경

by 망명객 2006. 8. 1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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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벌어먹고 사는 이야기를 하다 보면  거의 뻔한 이야기들로 귀결된다. "먹고 살기 힘들다" "남의 돈 받아먹기가 어디 쉽더냐" 등등, 산 넘고 물 넘어 바다를 건너가는 21세기 직장인들 중 내 주변 인간들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는 너무나 천편일률적이다. 영화 괴물에도 나오지 않던가. 연봉이 칠천 이상이지 않냐고 묻는 박해일에게 빚이 그정도라는 선배의 응답. 연봉이 쎄다고 하지만 어차피 월급쟁이임에는 매한가지라는 대사는 전방 철책을 지키는 군바리나 후방 PX 피돌이나 똑같이 힘든 건 매한가지라는 군대 이야기의 사회버전이 아니겠는가.

 

노동력만 팔아 먹고살기에는 힘든 세상임이 틀림없다. 잘난 조상을 만나 유산으로 물려받은 선산이 갑자기 판교처럼 된다는 보장도 없고, 대다수의 서민이 그렇지만 땅 한 평 가진 것 없이 몸뚱이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더욱 많을 테니 말이다. 먹고 살겠다고 취직을 하고 월급을 받는다. 그래도 학교 다닐 적에는 자신의 자질과 적성을 고려해 직업을 선택하겠다는 생각도 가져보지만, 현실에서의 직업은 단지 돈을 버는 것 이상의 의미를 찾기 힘들다. "돈은 돈이고 그 다음이 취미 적성이다"는 어느 선배의 일갈처럼...

 

자본의 확장은 노동력의 착취에서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단순히 노동력만 착취한다면 그것은 순진한 자본이다. 현대의 자본력은 노동력뿐만 아니라 노동자 개인을 둘러싼 가족사적 배경, 사회적 환경까지 착취하려 달려든다. 자신도 삼성 앞에서 떳떳한 기자는 아니다고 고백한 이상호 기자의 이야기와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때마다 직원들에게 판매하라고 강요하며 할당하는 제품들은 그들의 월급이 단순히 파편화되고 개별화된 노동력의 댓가만은 아님을 역설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지인들 중 자사 제품 할당 판매에 미친 모 그룹에 근무하는 친구들이 있다. 나름대로 능력도 있고, 일도 열심히 하고 있는 그들의 메신저 대화명은 우울하기 그지없다.

 

"** 가입해주세요"

 

물론 급여와 복리후생적인 면에서 대기업이 갖는 매력이 있다.  그만큼 직원들의 충성도도 높을 수도 있다. 이태백의 시대에 대기업 취업이 큰 자부심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영업직도 아닌 일반 사무직 직원에게 떨어진 회사의 강제 판매 명령은? 사회 통념상(특히 부모님 연배에서) 좋은 직장과 높은 연봉이라고 해봤자 어차피 월급쟁이라는 푸념이 나올만한 세상 아니던가.

 

자사제품 직원 할당 판매에 굉장히 열을 올리는 모 그룹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그러니 니들이 노조없는 회사보다 못한 이등밖에 될 수 없는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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