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디아스포라의 나라 대한민국

뉴스가 있는 풍경

by 망명객 2006. 8. 2. 23:26

본문

기독교집회 참여 아프간行 한국인 전원추방 가능성 (한국일보, 20060802)

국교가 없는 우리나라에서는 공식적인 자리에서 종교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 모 종교단체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시사프로그램에 대해 집단적으로 방송국을 점거했던 사건을 떠올려보자. 아울러 어느 대통령 영부인께서 청와대에 특정 신물을 세워서 말년이 불우했다는 등의 풍문을 떠올린다면 공인들이라 불리우는 분들께서(특히 여론과 표를 먹고 사는 정치인들께서) 특정 종교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 건 가히 금물 중의 특등 금물이 아닐까 싶다.

 

개인적으로 공인이 아닌 나로서는 뭐 몇 마디 떠든들 큰 문제는 없을 터. 고로 몇 마디 깐죽이고자 한다. 내부인이 아닌 외부인으로서의 쓴소리는 쉽고도 무책임한 면이 있잖은가.

 

사춘기 시절, 예쁜 여학생을 따라 교회를 다녔더랬다. 불교색이 짙은 집안에서 자라 어릴적부터 절간 문을 할머니 등에 업혀 자주 다녔던 나로서는 부모님께서 교회 다니는 것을 반대하실 줄 알았다. 하지만 의례 늘어져 일요일 아침 늦잠을 즐길 아들 녀석이 성경 한 권 옆구리에 끼고 말씀 들으러 간다니 부모님도 감동하셨는지 예배 늦는다며 교회 앞까지 차로 태워다 주시는 어머니의 정성에 놀랄 따름이었지. 그렇게 한동안 교회를 다녔다.

 

그러나 늘 마음에 안 드는 건, 헌금 문제.

 

건축헌금, 선교헌금 등 목사님의 입에서 나오는 세속적인 금전 이야기에 교회를 향하던 발길을 끊고 말았다. 물론 지금 생각해도 백 번 잘 한 일이라 생각한다. 다만 그 예쁜 여학생을 더 이상 볼 수 없다는 아쉬움 빼고는... 그 당시 선교헌금을 말씀하시던 목사님이 그러시더군.

 

"유대민족만이 디아스포라를 겪은 건 아니다. 오히려 우리 민족만큼 강한 디아스포라를 겪은 나라도 없다."

 

그랬다. 우리나라 선교사가 없는 나라는 손에 꼽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스갯소리로 이야기하던 대한민국 3대 마피아조직인 고대 교우회, 해병대 전우회, 전남 향우회도 대한민국 기독교를 따라가지 못하리.

 

뉴스에서 접한 아프가니스탄 이야기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전쟁의 상처가 채 가시지도 않았고, 지금도 탈레반과의 전투 소식이 들려오는 아프가니스탄에 대한민국 국민이 1,500명이나 모인다니. 뉴스 소식을 얼핏 들었을 때는 반전단체들이 인간방패를 자처하며 떠난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이게 무엇인가. 겉은 평화행사이지만 종교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이니 종교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1,500명이나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간다는 것이 아닌가(물론 일부는 이미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 있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이산 역사에 아프가니스탄도 끼어 있다는 사실에 놀랄 뿐이다.

 

집회가 종교행사가 아니고 평화행사라 치자. 그렇다면 주최측의 정체는 무엇인가?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나라에 단체로 1,500명의 사람들이 모여 아프가니스탄의 평화를 기원한다는 것이 실질적으로 누구에게 기원한다는 것인가.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수해로 피해를 입은 주민들이 더위에 힘든 상황에 빠져있다고 한다. 1,500명의 사람들이 그곳으로 찾아갈 돈이면 선교헌금을 모아 아프가니스탄에 학교라도 세울 일이다.(이미 세웠다면 하나 더 세워라.)

 

모든 기독교가 그렇지는 않겠고 또한 지지리도 못난 개인적 의견으로는 우리나라 기독교는 자기 증식력이 강한 성장 중심의 매커니즘을 지닌 것 같다. 아직 성장에 목마른, 아니 더욱 성장하고 싶은 욕구 말이다. 오죽했으면 이명박 전 서울시장께서는 서울을 통째 하나님께 받치는 '쌩쑈'를 하셨겠는가. 또한 군대는 어떻던가. 느긋한 휴일 아침을 맞이하겠다는 애들을 반강제로 교회로 보내는 '쌩쑈'도 자행된다(연대장님이 교인이신데 우리 중대에서 교회 예배를 너무 적게 가면 중대장인 내가 좀 곤란하지 않겠냐는 식은 너무 귀여운 것이고).

 

아프가니스탄을 찾아간 이들의 목적이 '2006 아프가니스탄 평화' 행사에 참가하기 위해서란다. 행사의 취지와 목적 및 기타 세부적인 것은 잘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판단하기에는 하나님 아래 평화인 행사가 아닐까. 이교도들은 하나님에 반하기 때문에 이런 전쟁의 고통을 겪었다며 참가자들의 내부 결속과 함께 향후 현지 선교를 위한 세 확보.

 

하나님이나 알라나 같은 분 아니시던가.

 

우리나라 기독교의 제국주의 혹은 제국적 시각이 너무 엿보이는 건 아닐까. 과거 제국주의 국가들의 제3세계 침탈이 십자가를 들고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다시 시작하시려는 것인가.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전쟁의 책임을 누구에게 돌릴까?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책임에서 미국은 뺄래야 뺄 수 없는 나라이고, 이슬람과 기독교의 오랜 대립적 관계를 생각할 때 아프가니스탄의 정상적인 사람이 기독교에 대해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을까?

 

진정 평화를 생각하신다면 반전집회에나 나가실 일이다. 또한 그들을 위한 기도도 기도이지만 그곳까지 1,500명씩이나 날아갈 돈으로 선교헌금이나 더 내실 일이다.

 

선한 의지로 떠나신 분이 있다면 그 선한 의지가 어찌 이용될 수 있는지도 고려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물론 이 부분까지 따지려면 조금 머리가 아픈고로 읽다 만 '제국'의 일부를 발췌한다.

 

"제국적 개입을 위한 정당한 힘[무력]의 무기고는 실로 이미 거대하고, 군사적 개입뿐만 아니라 도덕적 개입과 사법적 개입과 같은 다른 형태들도 포함하고 있다. 사실 제국의 개입 역능은 자신의 치명적인 무기들을 직접 가지고서가 아니라 오히려 자신의 도덕적 수단을 가지고서 시작할 때 제일 잘 이해될지도 모른다. 우리가 도덕적 개입이라고 부르는 것은 오늘날 뉴스 매체와 종교 조직을 포함하는 다양한 기구들에 의해 실행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정부기구들(NGO들)이라 불리는 것들 가운데 몇몇일 것이다." (제국, 안토니오 네그리 · 마이클 하트 저, 윤수종 역, 이학사, pp.70-71)

 

 

꼬랑지 - 개인적 무지와 방만함으로 사건의 단면만 바라보고 흥분해 쓴 글이니 부족한 지점은 지적해주시길.




'뉴스가 있는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014277+1  (0) 2006.09.07
먹고살기 힘든 세상  (0) 2006.08.17
음모  (0) 2006.07.27
맞짱~  (0) 2006.07.10
軍心보다 더 부끄러운 筆力  (0) 2006.05.1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