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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물어보는 사람

일상다반사

by 망명객 2007. 3. 12.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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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3가역에서 내려 낙원상가 뒷골목을 걷고 있었습니다.

 

3월, 봄의 시작이라 하기에는 아직 추운 날씨.

간만의 외출임에도 불구하고 잔뜩 움추린 어깨가 따뜻한 방 구석을 그립다 합니다.

 

앞에서 걸어오던 두 아주머니가 말을 붙입니다.

 

"저기요, 길 좀 물읍시다."

 

서울 생활이 10년째라지만 이렇게 낯 선 이가 길을 물을 때면 일단 두렵습니다.

특별하지 않은 서울특별시민이 된지 3개월 남짓.

제가 아는 길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래도 아는 선에서 친절히 길을 가르쳐드렸습니다.

 

그런데 이 두 아주머니가 다시 제게 말을 붙입니다.

 

"저기요. 이 근처 회사원이세요?"

 

처음에 느꼈던 두려움이 다시 엄습합니다.

이어지는 아주머니의 이야기.

 

"얼굴의 기가 아주 좋아요."

 

--;;;;;;;

백수의 얼굴 기가 좋을 수밖에요.

집에서 하루 다섯 끼의 식사량과 풍족한 취침을 즐기는 사람의 기가 나쁠 수 있을까요.

그저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쌩까고 제 갈 길을 갑니다.

 

'도를 아시나요'의 도나 길이나 같은 말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닫습니다.

역시 종로 뒷골목은 재미있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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