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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가요, 마이클!

일상다반사

by 망명객 2009. 6. 26.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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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고백하자면, 내게 물 건너 들어온 '팝'이란 장르의 효시는 마이클 잭슨이었다. 빌리진의 문워크가 전세계적인 히트를 기록한 80년대 초, 지금은 대학생 딸을 둔 이모님의 시범을 따라 제주도 중문 시가지의 어느 다락방에서 난 달 위를 걷고 있었다. 창고이자 미혼의 이모가 사용하던 방에서 뜻 모를 가사에 맞춰 이모와 조카가 달 위를 걸었다. 오로지 "빌리 진~"이란 세음절만이 정확히 내 귓가에 닿았다. (현시대 이모들은 어린 조카에게 슈쥬와 소시를 가르치고 있을 터. 아... 현 시대의 어린 조카들은 시범을 보여줄 이모들이 없어도 알아서 잘들 배운다. 텔레비전을 통해) 참 설탕처럼 달았고 사이다처럼 상큼한 멜로디였다. 골목 다방의 할아버지 무릎 위에서 듣던, 쉬이 멀미를 일으키던 그런 노래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땅의 백성들이 처음 콜라를 맛봤을 때도 비슷한 느낌이었을까.

팝송을 본격적으로 귀에 달고 살기 시작한 건, 빌리 진과의 만남 이후 6-7년이란 시간이 흐른 뒤부터다. 까까머리 중학생이 되면서 난 본격적으로 팝송을 듣기 시작했다. 외삼촌이 넘겨준 역대 빌보드 명곡 모음집은 당시 내겐 보물같은 존재였다. 시간이 흘렀지만 그 때도 여전히 '빌리진(Billie Jean)'과 '빗 잇(Beat It)'은 명곡이었다. 서울에선 언니오빠들이 '뉴키즈온더블럭'에 열광하다 압사당할 때, 내 귀는 7080에서 멈춰 있었다. 당시 내 손으로 첫구입이자 마지막으로 구입한 마이클 재슨의 앨범이 'Dangerous'다. 서태지가 곧 돌풍을 일으켰고, 7080에 멈춰 있던 내 귀도 락(Rock)이란 새로운 장르를 찾아 움직였다. 1999년 마이클 잭슨의 내한공연이 벌어지던 날, 정말 대단했다. 아~ 공연을 보러 간 건 아니었고, 그저 난 행당동에서 책을 읽고 있었을 뿐이다. 잠실에서 펼쳐진 공연의 함성과 음악이 강 건너 행당동까지 들렸단 소리지.

잦은 성형과 갖은 추문에도 난 그의 꿈이 좋았다. 네버랜드, 늘 젊게 살고자 했던 그는 영원히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을 스타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죽었다. 나이를 잊고 사는 것, 忘命地는 그의 '빌리 진'과 네버랜드로부터 시작한다는 사실을 추가적으로 고백한다. 잘 가요, 마이클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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