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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올드미디어, 저널리즘의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라

미디어/디지털라이프

by 망명객 2009. 7. 3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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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에 테터앤미디어에서 주최한 포럼에 다녀왔습니다. '위기의 올드미디어 뉴미디어 전환이 대안일까?'가 포럼 주제였죠. 발표자로 나선 최진순님이나 몽양부활님의 블로그를 평소 구독하고 있었기에, 그리 새로운 내용을 찾아볼 순 없었습니다. 올드미디어의 현 상황에 대한 위기 내용 리뷰는 꼼꼼히 이뤄진 자리입니다. 위기의 대안으로 뉴미디어를 상정해둔 것 같습니다만, 대안 제시 부분에 있어선 역시 원론적 이야기만이 나온 자리였죠.
배가 고파 일찍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포럼 내용을 들으며 떠올렸던 단상들을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이미 훌륭한 리뷰 포스팅들이 있기에...


1. 미디어=뉴스?

미디어를 이야기하는 자리에 뉴스를 다루는 저널리즘이 빠질 순 없다. 미디어가 뉴스란 내용물을 담는 그릇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미디어산업=뉴스산업이란 등식이 성립하나? 전통적인 뉴스 생산자인 신문에겐 미디어가 뉴스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미디어란 그릇이 커지면서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내용물이 다양해졌다는 점이다. 어쩌면 이번 포럼은 저널리즘이란 관점 하에서 미디어를 생각해보는 자리였다. 하지만 미디어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저널리즘이나 미디어 그 자체의 발전 양상 속에서 유저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는 자리였다면? 전통적인 뉴스 생산자의 입장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업자(포털, 정준님 표현처럼)의 입장에서 콘텐츠를 생각해보는 자리였음 어땠을까? 아직 전통적 뉴스 생산자의 입장이 상상력을 가둬두는 건 아닐까? 복잡한 반성이 진행되지만, 오래된 습관은 관성처럼 산 자들의 머리통을 짓누르는 형국이랄까.

2. 종이 신문의 미래?

저널리즘이란 고상한 세계 속에 담긴 종이 신문의 미래는 암울하다. 그렇다고 종이 신문이 모두 문을 닫을까? 인터넷이 이를 대체하긴 힘들다. 송경재 박사의 지적처럼 상보하는 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보적 관계를 형성할 것인가? 신문사 수가 줄면 그 가능성이 좀 보일듯 싶다. 냉정하지만 이게 현실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 건 사회적 공기의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이다. 다양한 의견들이 민주주의의 바탕이라고 이야기하지만, 현 신문시장에선 다양한 목소리를 기대하기 어렵다. 기껏해봐야 한경대 vs 조중동이다. 문제는? 적어도 이 대결 구도가 20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업자들이야 우린 다르다, 이건 다르다, 라고 외친들, 소비자의 시각에선 아직도 한경대 vs 조중동이다. 우습게 보일 수도 있지만, 소비자(계층적으로 중류층 이하)에게 가장 필요한 종이신문은 생활정보지다.

3.지역

인터넷이 이를 대체할까? 지역 신문도 힘든 판국이지만 생활정보지는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킬 것이다. 왜? 홍보와 광고로 뒤덮인 인터넷 세계는 정작 지역 내 현안이나 생활정보에 어둡다. 인터넷 세계에서 서울이란 공간은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다. 지리적 한계에서 자유로운 게 인터넷이지만, 정작 인터넷산업, 언론산업이 살 길은 지역 공동체에 숨겨져 있는 게 아닐까? 시민 저널리즘이 살 길도 결국 지역이다. 그러나 산업적으론 지역에 천착한다고 살 수 있는 건 아니다. 적어도 광고로 먹고 살라면 말이다. 그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가.

4. 인터넷산업의 정체

인터넷 트랜드를 따라가기도 벅찬 게 요즘 세태다. 새로운 기술이 소비자들의 열광을 만나기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주변 대학생들의 미디어 소비 행태를 관찰해보면, 텔레비전 보고 친구들과 문자 주고받고 미니홈피 관리하는 게 전부다. 메일? 아, 미안하지만 공부하는 학생 입장에서 매일 메일을 확인할 필요성은 거의 없다고 본다. 과제 제출시에만 메일을 이용해도 된다. 물론 더 앞서나가는 대학생들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 친구들을 살펴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컴퓨터 앞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사무직 노동자는 좀 다르다. 참, 대한민국이란 나라에 국한해서 보면 결국 인터넷산업도 제로섬 게임이다. 오천만이 안 되는 인구에 해외 교포 육백만을 더한다 해도, 오천육백만을 대상으로 장사할 수밖에 없는 게 대한민국 인터넷 산업이다. 너무 좁지 않나? 해외 법인 세우고 진출하는 것보다 국내에서 해외 유저들을 염두에 둔 서비스를 실시하는 방안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언어문제에 따른 문화적 할인 문제가 따르겠지만... (이래저래 현실적으로 복잡한 문제지만, 현 상황에 만족할 게 아니라면 이 방법밖에 없지 않나? 가뜩이나 저출산문제로 인구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은데...) 엔터테인먼트 콘텐츠가 한류로 이어질 때, 인터넷 산업이 이를 뒷받침해줬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5. 프로슈머로서의 유저와 그들의 수요

1%의 블로거를 잡는 건 테터앤미디어가 생존할 수 있는 길이다. 그러나 그들을 모두 저널리즘의 틀 속에 가두는 오류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닐까? 뉴스가 필요하긴 하지만 떠도는 정보를 엮어 만들어낸 콘텐츠가 모두 뉴스는 아니다. 그러니 자꾸 공정성과 객관성 시비 문제가 나오는 것이다. 진정으로 프로슈머로서의 인터넷 유저들이 필요로 하는 건? 아니면 그냥 소비자로서의 인터넷 유저들이 필요로 하는 건?

6. 얼리아답터의 공동체화?

산업 관련 학계와 언론계가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는 포럼 취지는 좋다. 새로운 뉴미디어가 새로운 소통 구조를 만들었지만, 안 쓰면 그만이다. 소셜 미디어로의 진화, 온오프 미디어 간 경계 붕괴 등의 현상을 보면, 분명 미디어는 필수불가결한 환경이 되어 간다. 그 안에서 우리의 삶은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얼리아답터들과 언론은 열광하지만 밥벌이도 힘든 일반인의 입장에선 안드로메다의 이야기처럼 느껴진다면? 뉴미디어가 정치와 사회 전반에 미친 영향력이 지대한 건 알겠다. 그러나 내 삶은 행복한가? 그대들의 삶은? 이걸로 밥벌어 먹고 사는 업자의 입장에선 행복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정리되지 않은 단상들을 쭉 나열해 봤다.
역시 일반론으로 끝낼 수밖에 없는 한계가...
이상 비전문가의 주절거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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