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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만난 미누?

다민족사회

by 망명객 2010. 1. 19.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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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들른 강릉 경포해수욕장 백사장 위로 눈밭이 펼쳐져 있었다. 가족 또는 연인과 함께 바닷가를 찾은 이들은 눈과 모래 그리고 파도가 연출하는 장면에 감탄사를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겨울 바닷가'란 단어의 조합이 안겨주는 쓸쓸함은 경포해수욕장에선 찾아볼 수 없었다. 유명 관광지들이 그렇지만, 백사장 뒤켠으로 늘어선 횟집들은 아침부터 손님 맞이 준비로 부산스러웠다. 여름철만큼은 아니겠지만, 겨울 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이 많다는 이야기겠지.




기상상태로 요 며칠 동안 어선들이 조업을 못해 곰치는 횟집 현수막에만 존재하는 음식이었다. 횟집 사장님은 일행에게 생태찌게를 권했다. 방금 들어온 신선한 생태가 있다며 직접 생물을 보여주는 사장님의 적극성을 뒤로 하고 우리 일행은 도로묵찌게를 아침식사 메뉴로 선택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생태찌게는 인사동 골목의 부산식당에 있기에. 알찬 도로묵이 찌게 냄비에 가득 담겨 있었다. 경포대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이는 횟집 2층 창가는 찌게와 쌀밥의 열기로 따뜻했다.




경포해수욕장 백사장에 일렬로 늘어선 나무 흔들의자는 지난 여름의 열기를 머금고 있을 줄 알았다. 사랑의 서약을 남겨 놓은 연인들, 가족의 건강을 비는 어머니, 영원히 우정 변치말자는 친구들, 그 사이에서 낯익은 이름이 보였다. '미누'. 사람들의 염원 사이에서 '미누야 보고시퍼♡'라는 글귀가 눈에 띄었다. '뭐 하는 놈 눈에는 뭐밖에 안 보인다'고 하더니, 지난 10월 자신의 뜻과 무관하게 네팔로 돌아간 미누의 이름이 경포해수욕장 한 켠에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미누의 몸은 히말라야를 품고 있는 네팔에 있지만, 그의 친구들은 지금도 이 땅에서 그를 그리워한다.

미누 이 친구, 참 복 받은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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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 관련 글>

○  내 친구 '미누'
○  한 이주민과의 면회
○  미누에게 주어지는 공로패
○  스탑크랙다운 6주년 기념 공연 '미누야~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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