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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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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명객 2008. 5. 10.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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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 친구가 갖다 준 도시락



돈이 있어야 밥을 먹을 수 있다. 우리는 구석기의 사내들처럼 자연으로부터 직접 먹거리를 포획할 수가 없다. 우리의 먹거리는 반드시 돈을 경유하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노동은 소외된 노동이다. 밥은 끼니때마다 온 식구들이 둘러앉아 함께 먹는 것이다. 밥이란 쌀을 삶은 것인데, 그 의미내용은 심오하다. 그것은 공맹노자보다 심오하다. 밥에 비할진대, 유물론이나 유심론은 코흘리개의 장난만도 못한 짓거리다. 다 큰 사내들은 이걸 혼동해서는 안 된다.
                                                                      - 김훈, 돈과 밥으로 삶은 정당해야 한다 中


짧지 않은 삶을 살아오면서 잊지 못할 밥상을 몇 차례 받았다. 한 친구가 손수 만든 케이크로 차려주던 생일상, 몸이 아픈 내게 멍멍이를 먹여주던 송박사님과의 밥상 등이 그렇다. 그리고 또 한 차례의 밥상. 야근과 격무에 시달리는 내게 한 친구가 손수 만든 죽 도시락을 건낸다. 이 세상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모든 먹이 속에는 낚싯바늘이 들어 있다고 김훈이 그랬다. 세상은 그렇게 어수룩한 곳이 아니라며... 하지만 그런 세상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건, 마음이 녹아 있는 밥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난 누군가에게 기억에 남는 밥상을 차려준 적이 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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