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장의 쎈놈
월드컵이 끝났다. 저 멀리 아프리카 대륙에서 초대형 스포츠 이벤트가 벌어지는 동안 난 성동구의 한 구석에서 아프리카 출신 친구를 얻었다. 검은색 피부에 안경 뒤 눈빛이 도드라진 11살 소년. 그와 난 외국인근로자센터 지하에서 처음 만났다. 조심스레 지하 공간을 찾은 그 친구의 얼굴엔 호기심이 한가득이었다. 노트북 화면 너머로 소년에게 말을 붙인다. "안녕!" 가뜩이나 큰 소년의 눈망울이 더 커졌다. 낯선 이에 대한 그의 경계심, 그 두 눈은 흡사 길잃은 강아지의 그것과 닮았다. 공간 곳곳을 둘러보던 소년이 책 한 권을 집었다. 앉을 것을 권하는 내 이야기가 소년의 시선을 빗겨간다. 우리 두 사람 사이에 언어적 경계가 놓여 있는 듯했다. 쓸데없는 오지랖이 발동한다. 벽면을 장식한 세계지도 앞으로 소년을 이..
다민족사회
2010. 7. 13. 0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