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구덕
할아버지 댁에는 철제 애기구덕이 고이 보관되어 있었다. 아버지 7남매를 오롯이 키워낸 것으로도 모자라 우리 삼형제와 사촌 형제들도 모두 그 구덕에서 세상의 모두였던 사각 천장을 응시하곤 했다. 우린 그렇게 늘 흔들리는 구덕 속에서 멀미 대신 꿈을 배웠다. 첫째 숙모님에게는 애기구덕을 발로 흔드는 법을 배웠다. 아마 사촌동생이 갓난아기 시절이었으리라. 숙모님을 따라한다고 애기구덕을 발로 흔들다가 할머니께 혼이 난 기억이 또렷이 떠오른다. 물론 숙모님께 배웠노라는 변명에 숙모님도 덩달아 할머니께 혼줄이 났었다. 집안에 아기가 태어나면 할아버지는 철제 애기구덕의 프레임에다가 손수 붕대를 감아 준비하셨다. 그분의 아들과 딸, 손자와 손녀들이 태반 그 구덕 속에서 세상과 조우했으니, 구덕에 붕대를 감는 준비 과정..
일상다반사
2008. 8. 1. 1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