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길 떠나시다.
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적어도 이 말은 제주에선 4월로 정정해야겠다. 지천으로 봄꽃 무리가 제 존재감을 드러내고 점심메뉴로 자리물회가 떠오를 시점이 4월이기 때문이다. 이 좋은 계절에 외할머니께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나섰다. 자리물회, 꿩메밀국수 등 외할머니의 음식 맛이 아직 기억 속에 또렸한데, 이젠 그 맛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손자손녀가 좋아하는 라면을 끓여주겠노라며 라면처럼 생긴 과자 '뿌셔뿌셔'를 끓는 물에 삶던 외할머니셨다. 제주월드컵경기장 인근 법환마을에서 외할머니는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해녀가 많아 해녀마을이라 부르던 법환마을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던 외할머니는 초등학교 교사인 외할아버지를 만나 슬하에 2남 2녀를 뒀다. 척박한 환경에선 노동이 곧 살림이다. 보고 배운 게..
일상다반사
2011. 5. 29. 20: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