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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 길 떠나시다.

일상다반사

by 망명객 2011. 5. 29.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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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계절의 여왕이다. 적어도 이 말은 제주에선 4월로 정정해야겠다. 지천으로 봄꽃 무리가 제 존재감을 드러내고 점심메뉴로 자리물회가 떠오를 시점이 4월이기 때문이다. 

이 좋은 계절에 외할머니께서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나섰다. 자리물회, 꿩메밀국수 등 외할머니의 음식 맛이 아직 기억 속에 또렸한데, 이젠 그 맛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됐다. 손자손녀가 좋아하는 라면을 끓여주겠노라며 라면처럼 생긴 과자 '뿌셔뿌셔'를 끓는 물에 삶던 외할머니셨다. 

제주월드컵경기장 인근 법환마을에서 외할머니는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다. 해녀가 많아 해녀마을이라 부르던 법환마을에서 부모님을 모시고 살던 외할머니는 초등학교 교사인 외할아버지를 만나 슬하에 2남 2녀를 뒀다. 척박한 환경에선 노동이 곧 살림이다. 보고 배운 게 물질이었고 밭일이었다. 외할머니는 물질로 번 돈으로 밭을 샀고 외할아버지와 함께 과수원도 가꿨다.  


지난 4월 24일, 유채꽃과 왕벚꽃이 만발한 계절에 외할머니는 돌아올 기약 없이 떠났다. 외할머니를 내 피사체로 모시는 건 영원히 불가능한 숙제가 되어버렸다. 


"사랑합니다! 외할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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