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1210, 죽음
무거운 마음으로 술잔을 들고 있을 때, 잠깐 귓가를 스치는 건 경보 사이렌이었다. 그래, 난 삶의 경고음을 들었다. 우리 일행 모두는 그 소리에 신경 쓰지 않고 무거운 맥주잔을 들어올렸다. 그 잔이 바닥을 들어낼 때 쯤 매케한 내음과 천장 따라 흘러가는 연기. 2004년 12월 10일, 경박했던 내 자신이 미웠던 날. 난 강남역 화재 사건 현장인 '크레이지 호프'를 채운 50여 명의 손님 중 한 사람이었다. 화재 사실을 깨달았을 땐 이미 가게 안쪽 손님들부터 재빨리 반지하 호프집을 빠져나갈 때였다. 천장에 매연이 차오르고 있었지만, 화재현장치곤 꽤 싱겁고도 덤덤한 상태였다. 쥐포 안주와 담배를 주머니에 챙기고 일행과 함께 난 유유히 현장을 빠져나왔다. 담배는 챙겼지만 정작 내 목을 두르고 있어야 할, 어..
일상다반사
2004. 12. 12. 1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