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승차대 위에서 만난 詩 - 저곳
20090901 홍대역 지하철 승차대에서 詩를 만났네. 손에 든 시사주간지 위를 훑던 시선이 안전문 위 알록달록 안전스티커 건너 불투명 글자 위에 앉았네. '주의' '무리한 승차는 사고의 원인이 됩니다' 너머 '저곳'이란 詩, 그 위에 말일세. 저곳 - 박형준 공중(空中)이란 말 참 좋지요 중심이 비어서 새들이 꽉 찬 저곳 그대와 그 안에서 방을 들이고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웠으면 공중이라는 말 뼛속이 비어서 하늘 끝까지 날아가는 새떼 투명한 유리 위를 채우고 있는 반투명의 글자. 비움으로 채움을 이루는 '저곳'에선 승객들이 이를 몸소 실현한다네. 도시인은 저곳을 통해 아이를 낳고 냄새를 피울 방으로 돌아가겠지. 그 냄새는 새떼의 따뜻함일 터. 비움과 채움의 계면, 시선은 손 끝 시사주간지 위로 돌아왔다네.
이미지 잡담
2009. 9. 2. 03: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