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등 위에서 - 제주 영리병원 도입 논란을 보는 시선
한라산 등줄기가 남녘으로 달려 북태평양 바다와 맞닿는 솔동산에 병치레가 잦은 아이가 살고 있었다. 하얗다 못해 투명하기까지 한 얼굴을 지닌 아이는 걸을 기운조차 모자라 늘 할머니의 등 위에서 지내야 했다. 물론 그 아이의 양 발에도 신발이란 게 신겨져 있었다. 봄빛 고사리를 닮은 연한 녹빛의 앙증맞은 고무신이 실내에서도 그 아이의 양발에 걸쳐져 있었다. 아이의 부모는 늘 농사일에 여념이 없었고, 아이를 보살피는 건 늘 할머니의 몫이었다. 할머니는 등에 업고도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는 아이가 걱정이었다. 잘 먹지도 않는 병약한 아이를, 할머니는 분신처럼 등에 업고 다녔다. 솔동산 할머니들의 사랑방이던 창덕상회 쪽방으로, 동네 아이들이 범접하지 못하던 당집으로, 쥐가 드나드는 구멍이 천장에 나 있던 법화사 스..
일상다반사
2008. 7. 24. 21: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