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다리
창문에 부딪치는 빗소리가 맹렬하다. 한낮인데도 초저녁처럼 어두운 교실에서 우리는 국민학교 저학년 학생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하교 후 '엄마표' 점심식사를 놓치고 있었다. 교실에 비치된 텔레비전에서는 어린이용 영화가 나오고 있었고, 담임 선생님은 그 옆 의자에서 졸고 있었다. 창 밖 세상은 온통 물세계이건만, 창 안에선 덤으로 주어진 교실 체류 시간에 따분함만이 넘쳐났다. 앞자리에 앉은 아이들의 두 눈은 텔레비전 브라운관에 박혔고, 뒷자리의 아이들은 시덥잖은 잡담을 늘어놓고 있었다. 꽤 긴 시간이 흘렀다. 한 편의 영화가 종반으로 치달으며 서서히 앞자리 아이들까지 잡담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빗소리가 잦아들자 그 반비례로 커가는 교실 내 소음이 언제 담임 선생님의 낮잠을 깨울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무리 덤..
일상다반사
2007. 8. 3. 14: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