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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민족사회

by 망명객 2009. 3. 16.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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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늦은 오후, 지하철 안에서 한 사내가 칭얼거리는 두 아이를 어르고 있다. 연갈색 머리카락에 새하얀 피부, 금새 눈물을 쏟아낼 것만 같은 큰 눈망울의 두 아이는 이국 동화의 삽화를 연상케 했다. 형제로 미뤄 짐작할 수 있는 두 아이 중, 사내는 작은아이를 유모차에 태웠다. 큰아이의 목소리에선 휴일 오후의 피곤함이 묻어났다.

몇몇 승객들은 눈인사를 건네며 인형같은 큰아이를 달랬다. 중년의 부인은 아이에게 나이와 이름을 묻기도 했다. 유모차에 태운 작은아이를 어르느라 정신 없는 사내는 육아에 관해선 누가 보아도 초짜나 다름 없었다. 중년이 넘은, 이 도시의 어느 골목에서나 흔히 마주칠 수 있는 외모의 사내와 그가 어르고 있는 아이들의 외양이 빚어내는 묘한 불일치가 객차 안 승객들의 호기심을 자아내고 있었다. 저 나이대의 아이들 곁에 있어야 할 엄마는 보이지 않았다.

휴일을 맞아 엄마 없이 단행한 세 부자의 외출은 꽤나 피곤한 여정이었으리라. 이 도시의 어느 거리에서 사내는 아내의 부재를 아쉬워했을 것이다. 아이들도 서툰 사내의 손길과 배려가 부족한 발걸음에 쉬이 피곤함을 느꼈을 터이다.

문래역에서 내린 그들. 아이들은 지하철 운전수에게 감사의 손을 흔들었다. 휴일 없는 지하철은 이내 문을 닫고 다음 역을 향해 서서히 움직였다. 사내와 아이들도 흔들던 손을 접고 발걸음을 돌린다. 객차 안 승객들의 시선은 사내와 아이들의 뒷모습을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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