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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민노당!

뉴스가 있는 풍경

by 망명객 2008. 2. 4.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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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 대선이 끝난 직후였다. 동네 사거리에는 두 개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당선인의 감사 문구가 담긴 현수막과 죄송함을 표하는 민노당의 현수막이었다. 두 현수막을 바라보며 건널목 신호등을 기다리던 나는 한겨울의 추위보다 더한 씁쓸함을 곱씹고 있었다. 거리의 바람이 내 얼굴을 때렸고 바람에 함께 날려온 흙먼지에 눈앞은 먹먹해졌다.

여러 사람들과 같이 애초 창당시절부터 오늘의 민노당 사태를 예견하고 있었다. 예상보다 조금 늦춰졌다는 것을 제외하면 이번 민노당 사태의 원인이나 과정까지 정확히 예측과 맞아 떨어졌다. 비록 비관적이긴 했지만 민노당에 한 줄기 희망도 품었었다. 그저 민노당의 성장으로 진보의 양지가 더욱 확장되어 다양한 진보정당들이 태어나고 자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야 민노당에게 굳이 딴지를 걸지 않기로 마음 먹고 있었던 것이다. 밥과 국에 질려버린 사람들에게 다른 형태의 식사를 제공해줄 수 있는, 즉 골라먹을 재미가 있는 정치지형이 형성되길 기대했다.

그러나 골라먹는 재미를 채 발견하기도 전에 이미 민노당에 질려버렸다. 해당 행위는 국보법 뒤에 숨겨버림으로써 대선 참패에 대한 근본적 책임을 묻지 못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당 한쪽에서는 단결을 촉구한다. 또한 외부에서는 종북주의나 종파주의를 넘어 민중 살릴 정책 대결을 펼치라는 주문을 펼쳐놓는다. 단결이나 정책 대결은 문제의 근원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참 추운 겨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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