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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은 되고 말싸움은 안 된다니, 이 무슨 개소리야?

뉴스가 있는 풍경

by 망명객 2008. 2. 6.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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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은 되고, 말싸움은 안된다고?” (제주의소리)

돌하르방을 비롯한 여러 제주의 상징물 중 하나가 조랑말이다. 사람 새끼는 서울로 보내고 말 새끼는 제주로 보내라는 옛 말도 있지 않던가. 고려시대부터 제주는 최고의 군마 생산지였다. 비록 고려를 침공했던 호전적 몽골군의 정책적 판단으로 시작되긴 했지만 이후 제주 중산간의 오름과 하늬바람은 조랑말을 키우며 관리하는 테우리들의 오랜 벗이 되었다. 이는 현대에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의 경마장은 과천과 제주 두 곳 뿐이다. 또한 한국마사회의 종마시설도 제주도에 위치하고 있다.

지방자치시대를 맞이하여 전국적으로 지역축제 활성화가 지역 문화정책의 주요 화두가 되었다. 적어도 600여 개가 넘어가는 여러 축제 중, 제주에서 행하는 들불축제는 이제 전국적인 축제가 되었다. 그 주요 프로그램 중 하나가 바로 '말사랑 싸움놀이'다. 암말을 차지하기 위한 수말끼리의 싸움. 제주의 오름의 한 품에서 자연스레 벌어지는 말들의 다툼을 축제의 프로그램으로 내놓은 것이다. 물론 청도 소싸움처럼 예전부터 인위적으로 행해진 행사는 아니다. 순박한 섬사람들이 인위적인 투전판을 벌인다는 건 힘든 일이니까.

개정된 동물보호법에 따라 '말사랑 싸움놀이'가 동물학대 행위로 금지되었다. 민속 소싸움은 농림부 장관이 정하는 민속경기로 동물학대 행위에서 제외되었다. 동물을 보호한다는 대의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단, 시골출신이어서인지 동물은 동물답게, 인간은 인간답게 살아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일 뿐이다. 자연스레 생긴대로 본성에 충실한 행위를 막아서는 동물보호법이 웃길 뿐이다. 정적인 소싸움은 괜찮고 다이내믹한 말싸움은 안 된다는 것인가? 소나 말은 모두 가축이지만, 제주의 말은 축사에서 길러지는 가축이 아니라 방목으로 자라 야생성을 지니고 있다. 이제 마지막 테우리도 사라졌고 말들도 과학이란 틀 속에서 씨수말을 중심으로 길러진다. 그저 말들의 싸움은 경마장의 레이스만으로 만족해야 한다. 대박이란 꿈을 쫓아 마권을 산 손들에게만 흥미로운 레이스일 뿐 오직 달리기 위해 길러진 말들이 행복할까?

참고로 개정된 동물보호법을 살펴보진 않았지만 시골에서는 그 법을 어기는 이들이 부지기 수일 것이다. 법을 만드는 이들은 도시에 살며 힘과 돈을 쥐고 있는 사람들이니까. 아마 어느 오름의 품에서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말싸움도 범법 대상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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