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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처음 울던 날

일상다반사

by 망명객 2009. 7. 19. 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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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처음 울던 날, 난 너무 깜짝 놀랐네. 그녀의 고운 얼굴 가득히 눈물로 얼룩이 졌네.
- 김광석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중


또 한 사람을 울렸다. 모자란 능력에 과다한 의욕은 늘 그렇게 상황을 파국으로 끌곤 한다.

정신 없는 기획회의, 눈물을 참지 못해 자리를 피하던 어린 친구의 모습에 난 깜짝 놀랄 뿐이었다. 애초 계산에 넣어뒀던 상황이었지만 막연한 낙관주의로 넘어갈 뿐,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완벽만을 추구한, 사람에 대한 배려가 조금 모자란 자리였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상황이었다지만, 결국 난 한 사람의 자존심에 상처를 줬다. 그 친구는 동료들 앞에서 자신의 눈물이 못내 부끄러웠을 게다. 막다른 골목으로 몰고가는 내가 밉기도 했을 게다.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비가 쏟아지던 거리, 난 회식자리에 늦게 동참했다. 우주의 미아가 된 듯, 난 그 자리에 섞일 수 없었다. 친구들과 농을 치고 함께 웃어도 더한 헛함만이 마음 한 켠에 쌓일 뿐이었다.

애정이 아닌 일 때문에 울리고 운 관계는 가끔 질긴 인연의 고리로 발전하기도 한다. 딱 10년 전에도 그렇게 한 사람을 울렸다. 10년 전 그 친구는 지금도 가끔 "어이 망명객씨, 잘 지내쇼?"라고 조금 건방진 인삿말을 건내며 자신의 용건을 쏟아내곤 한다. 물론 나도 그 친구에게 뜬금없이 전화를 걸어 부담없이 밥 사라, 술 사라 타령을 늘어놓곤 한다. 물론 일을 둘러싼 모든 눈물이 그런 관계로 귀결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래도 딱 10년 전에 울린 친구처럼, 올해 울린 친구와도 오랜 인연이 되었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그 친구가 고운 얼굴 가득히 알찬 글만 가득 써내는, 그런 사람이 되길 내 미안함을 대신해 조용히 빌어본다.


그나저나 이 짓거리도 슬슬 끝낼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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