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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한국관광공사장과 말단 해양경찰관

다민족사회

by 망명객 2009. 8. 1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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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51277_1_12.jpg 최근 방송인 이참 씨가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한국관광공사 사장 자리에 그가 임명됐기 때문. 대다수의 언론들이 이 소식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들을 내놨다.

 

"학연과 지연에서 자유로운 이참 신임사장에 큰 기대"(동아닷컴) "이참씨 한국관광공사 사장 내정 “한국이 개방사회임을 입증한 것”"(쿠키뉴스) "‘다문화’ 전격등용… 실용·열린 한국 지향"(문화일보)

 

굳이 그와 관련된 기사 내용 중 반대측(?) 의견을 찾자면 새사연 정란수 연구원이 한겨레에 기고한 '이참 관광공사 사장 내정은 이명박 정부 무지의 표상이다' 정도가 전부다.

 

파란 눈의 공기업 수장. 이주민이자 공기업 수장이란 건 그만큼 희소가치가 충분하다. 참 매력적인 기삿감이다. 그에게 지난 한 주만 30여 개 언론사에서 인터뷰를 요청했단다(출처 : [최보식이 만난 사람] "원래 정치가 꿈… 난 한사람한테 충성 다 바치는 스타일 아니다").

 

 

#2.

 

여기 또 다른 기사가 있다.

 

"시집온지 10년 ‘억척 중국댁’ 해양경찰관 되다"(20090723, 동아닷컴)

 

전남 해남군 해남읍에서 ‘중국댁’으로 불리는 김영옥 씨가 한국으로 시집온 지 10년 만에 해양경찰관에 합격했다는 기사다. 국내에서 4년재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 자격증까지 갖춘 김씨. 그녀의 해양경찰관 도전기는 그리 만만한 여정은 아니었단다. 관련 전문서적을 탐독하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게다가 대형버스 운전면허까지 취득한 뒤에도 김씨는 체력 검정을 위해 억척스레 준비했단다. 그리곤 마침내 그녀는 해양경찰관이 됐다.

 

 

#3.

 

독일 출신 파란 눈의 공기업 수장과 중국 동포 출신 결혼이주여성의 말단 해양경찰관 합격기. 먼 이야기이면서도 가까운 이 두 가지 기삿감 사이에 우리의 다문화정책이 놓여 있다면 나의 과민반응일까. 신임 관광공사사장 이야기를 꺼내면서 다문화나 학연과 지연에서 자유롭다는 식의 기사는 어불성설이다. 결국 그를 공사장의 자리에 임명되도록 한 배경은 정치적 보은이기 때문이다. 이참 신임 관광공사장도 그 내막을 인터뷰에서 밝히고 있다. 여기서 전문성은 논외로 치자. 어차피 지금까지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던 관광공사장 자리가 아니었던가. 그만큼 조직은 얼굴 마담격 신임 사장에 대한 탄력성 정도는 이미 갖춰진 상태일 것이다. 대중적 인지도를 갖춘 파란 눈의 해외 출신 귀화자의 공사장 임명. 이미 그 자체가 한 편의 쇼다. (사실 그의 인터뷰 내용 자체가 내겐 그리 탐탁지 않다.)

 

다문화사회로 진전함에 있어 이주민들의 활동 공간이 경제 영역뿐만 아니라 공적 영역에서도 넓혀져야 하는 건 당연지사다. 그러나 그 과정은 철저히 능력 중심의 검증을 거친 이후여야 한다. 언어 문제를 둘러싼 특수한 경우를 제외한 영역에선 한국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유럽이나 미국 사회에서 등장하는 극단적인 제노포비아를 국내에서 재현하기 싫다면 말이다.

 

 

 

이 글은 스프링노트에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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