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비 뒤에
이 산하의 여름은 늘 비와 함께 시작한다. 태양이 본격적으로 내리쬐기 전, 이 땅을 충분히 적셔두는 게 자연의 순리이다. 비는 도시보다 한적한 시골의 풍치를 더욱 또렷이 비춰준다. 비 내리는 날의 도시와 시골의 차이는 단순히 시각적인 것만은 아니다. 비 내리는 도시의 거리는 낮게 깔린 매연과 빽빽이 들어찬 우산숲으로 삶을 더욱 지치게 만들고, 늦은 밤 창을 때리는 빗줄기 소리는 불면의 둔탁함만을 안겨준다. 하지만 시골에선 비 냄새와 그 소리마저 상쾌하다. 부침개를 부치는 기름 냄새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다. 어린 시절, 비 내리는 날의 숲속은 내겐 큰 두려움이었다. 낮게 깔린 구름은 짙은 녹음 아래 긴 어둠의 터널을 만들곤 한다. 마치 전설 속 괴물의 아가리 마냥 미지의 세계로 통하는 그런 어둠의 터널 말..
일상다반사
2008. 7. 21. 0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