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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by 망명객 2007. 6. 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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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되려 그러니?

어느 봄날 토론회를 다녀오는 길에 동행했던 선생님이 묻던 이야기.

 

무엇을 하고 싶어?

어느 골목 차 안에서 내게 묻던 친구의 이야기.

 

 

답변은?

그냥 웃지요.

 

 

요즘은 내게 소중한 게 무엇인지 되묻는 시간의 연속이다.

 

아직 학생이던 시절에는 그저 내가 뱉어낸 이야기들을 지켜낼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삶이라 생각했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많은 돈을 모으지는 못하더라도 출근과 퇴근을 할 직장을 다니며 먹고 살만하고, 한 달에 영화 관람 1회와 몇 장의 시디를 살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족한 삶이리라.

 

물론 일상적인 삶이 주는 답답함이 두렵긴 새로운 것은 없다는 만고의 진리를 부정하진 않지만 명확히 내 것이 아닌 내 노동 산물이 그렇게 탐탁치 않게 여겨졌다.

 

노동의 신성함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다만 내가 하던 노동행위가 갖는 성격에 대해 고민을 했었고 언제나 스스로 만족하지 못했다. 욕심은 저만치 앞서 가는데 모자람은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왔다. 언젠가 이건 사기라고 외치고 싶었다. 하늘 아래 지는 상품을 생산했기에 분명 내 것만은 아닌 상품이다. 다들 열심히 했다는 이야기를 하지만 늘 그 퀄리티에 대해 불안하고 초조한 심정은 여전했다. 포장이 잘된 상품일 수록 그 불안함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분업. 그래, 분명 분업시스템에 의해 이루어했다. 잘 다려진 와이셔츠와 모가지를 쥐어오는 넥타이도 그리 반가운 건 아니지. 그래도 생활인이 되어야 한다. 어느 순간 그럴 나이가 되어버렸고 그래야만 했다.

 

생산과 소비, 판매와 구매. 포장의 기술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매개한다. 늘 끊임없이 유혹해야 하고 선택을 해야 한다. 이 또한 이성의 합리성이라는 포장이 있지만 그 이면이 꼭 그것만은 아니라는 것.

 

삶은 영원한 공부이다. 함께 하면 수월하겠지만 각자가 스스로 해야 하는 법. 조금 먼 길을 돌아오긴 했지만 그래서 다행이라 생각한다. 2007년 6월, 또 다른 포장의 기술과 그 어떤 상처도 이겨낼 수 있을 새로운 외피를 준비하기 위해 그저 내 길을 갈 뿐.

 

무엇을 하고 싶냐고?

 

그건 진정 소중한 사람에게만 털어놓고 나눌 수 있는 이야기.

그래서 꿈은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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