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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

by 망명객 2007. 5. 24.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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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고기 두 근, 메추리알 세 팩, 통마늘. 텅빈 반찬통을 장조림으로 채우고자 장을 보다. 재래시장이라고 어찌 충동구매가 없겠는가. 바나나 한 줄, 빵 네 개, 물김치까지 구입. 이른 여름을 반기듯 과일가계에 진열된 수박까지 지르려했으나, 이미 양손 가득한 비닐봉지들이 중력과의 싸움으로 손가락 마디마다 날 선 칼집을 세우고 있기에 포기했다.

 

하루에 적어도 두 끼의 식사를 한다. 주메뉴는 밥과 된장국. 아니, 이건 가정식의 필수 아이템이니 주메뉴라 할 수 없겠군. 가리는 음식이 없는 편인 나는 주로 장기보관이 가능하고 한꺼번에 만들어둘 수 있는 반찬을 즐겨 만든다.

 

무엇을 먹겠냐는 질문은 군대를 제대한 이후에는 내게 최고로 어려운 질문. 만들 수 있는 반찬 가지수가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적은 것도 그 때문일 터. 하긴, 매 끼니를 챙기는 것도 가끔 귀찮을 때가 있으니... 그렇다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건 자취생으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 라면은 그저 분식일 뿐이다.

 

사실 가정식에서 주메뉴는 반찬이 아니던가. 밥과 국이야 필수 아이템이니까. 반찬가게에 즐비한 반찬류가 그리 반갑지 않은 건 똑같은 맛의 반찬을 전혀 모르는 타인도 즐기고 있다는 것. 식당도 아니고 인스턴트 식품도 아닌 가정식에서 타인과 주메뉴의 맛을 공유한다는 게 그리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래서 나는 나만을 위한 주메뉴를 준비하는 것.

 

비록 잠시 텔레비전 삼매경에 빠져 있느라 장조림을 조금 태워먹긴 했지만 (ㅠ.ㅠ) 당분간 매 끼니마다 내 밥상 위에 오를 나만의 장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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