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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보도사진의 새로운 가능성 - 라이프지 에디션을 통해

미디어/디지털라이프

by 망명객 2011. 2. 22.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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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아이패드를 빌려 쓸 때마다 라이프지 에디션을 이용하곤 한다. 라이프지 아이패드 에디션은 단순히 사진을 나열하는 게 아니라 특정 주제 사진들을 엮어놓고 스토리를 만들며 관련 주제들을 엮어 끊임 없이 그 타래를 타고 들어가도록 한다. '게티 이미지'의 방대한 사진 데이터베이스와 라이프지만의 독특한 사진 배열이 보도사진의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듯하다. '기억을 지배하는 기록'에서 '역사를 지배하는 기록'으로의 변화 말이다. 

디지털 카메라의 보급 증가와 시민 저널리즘의 확장, 속보매체의 급증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이용한 실시간 소통량의 증가 아래 국내 각 신문사 사진부는 위기감을 갖게 된지 오래다. 미디어 취재를 배려한 현장을 제외한 일반 사건사고 현장에서는 일반인들의 휴대전화기가 영상과 이미지를 기록하기 시작했다. 현장을 지켜야 하는 사진기자들은 위기감을 갖기 시작했다. 동영상도 사진기자의 몫이다, 심층취재처럼 사진부만의 아이템을 특화시킨다는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딱히 답은 없어 보인다. 적어도 아직까진 기록으로서 사진의 의미는 충분하니까. 

라이프지 아이패드 에디션은 특정 주제 아래 사진들을 나열하고 관련 키워드별로 비슷한 주제들을 나열하며 끊임 없이 그 안에 머물도록 만든다. 




대한민국(South Korea) 아래 총 6개 주제가 나열돼 있다. '2010 대구 국제 바디페인팅 축제' '대한민국 : 군사력 증강' '북한 : 비밀과 거짓말' '대한민국 국회에서의 싸움(2009년 언론법을 둘러싼 여야 대치)' '대한민국의 애도(노무현 대통령 노제)' '부처님 오신 날 준비'가 그것이다. 라이프지 편집진에게 대한민국은 남북 대치 당사자로서 군사력을 증강하며 북한의 비밀과 거짓말에 당하면서도 국회에선 싸움이나 일삼고 전직 대통령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그런 나라다. 

국내 언론이 대놓고 이야기하던 대한민국 강성노조(?)의 파업 장면은 찾아보기 힘들다. '폭력적 정치 저항(Violent Political Protests)'이라는 주제 아래 놓인 22장의 사진 중 2003년 WTO를 반대하는 농민 시위대의 사진과 2009년 북한 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시위 사진이 전부다. '유혈 학생 저항(Bloodiest Student Protest)' 주제에선 80년대 한국 학생운동은 껴주지도 않는다. 미국에서의 베트남전 반대 시위, 50년대 말 60년대 초 동구권의 탈스탈린화 시위, 프랑스 68혁명, 중국의 천안문 사태, 99년 이란 학생 시위가 전부다. 저작권을 확보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겠지만, AP나 AFP가 한국 시위 사진을 갖고 있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변방의 역사는 변방에 머물 뿐이다.




라이프지 아이패드 에디션은 사진으로 역사를 재구성한다. 케네디 대통령과 레이건 대통령 등 정치가와 유명인사들의 생애는 물론 노동자 파업과 각 국가별 민중혁명 등 국제적 규모에서 미국적 시각이 담긴 사진들을 한 가지 주제 아래 엮어낸다. 전쟁 보도사진 또한 마찬가지다. 사진 한 장이 한 가지 주제 아래에만 묶여 있는 건 아니다. 사진 한 장을 다양한 주제 아래 배열하지만 각 주제들은 그 자체로 독자적인 역사적 맥락을 구성한다. 




재미도 하나의 강점이다. 전세계의 인사법이란 주제 아래 놓인 맨 마지막 사진은 스타트랙에 등장하는 전사족인 클링온족의 인사법이다. 딱 미국 다운 유머다. 

라이프지 앱의 강점은 게티 이미지와 함께 방대한 사진 DB에서 뽑아낸 스토리다. 오프라인 지면으로는 단 몇 장의 사진만 실었을 터, 순간의 기록에 맥락적 의미까지 부여하니, 이는 곧 역사가 된다. 

국내 매체들 중 이런 형태의 포토 에디션을 만들 수 있는 곳은 연합뉴스가 유력하다. 역사성으로 따져 보면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도 한 번 도전할 만한 일이지만, 연합뉴스 미디어랩에 희망을 걸어 본다. 

아, 가디언지 또한 사진 전용 에디션을 운영하고 있다. 캐논과 손을 잡은 가디언지 포토 에디션은 각 사진마다 어떻게 찍었는지에 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 장점이다. 

라이프지 에디션과 가디언지 포토 에디션을 볼 때마다 지름신이 돋는다. 카메라 바디와 렌즈...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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