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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학생회 트위터 계정, 1년짜리 학생정치의 한계

미디어/디지털라이프

by 망명객 2011. 4. 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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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대학마다 등록금 문제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매년 반복되는 상황이지만, "깻잎 팔아 학교 왔다"는 이야기는 애교스러운 옛 이야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젠 "우리 가족 모두 살고 싶다"는 절박한 생존권이 등록금 문제로 귀결되는 상황입니다. 등록금 문제를 바라보는 언론의 태도도 예년과는 달리 심각합니다. 차기 대권을 꿈꾸는 후보라면 반값 등록금 공약 정도는 꼭 내걸어야 할 것 같습니다. 

현재 대학을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는 등록금 문제제기에 호의적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등록금 문제의 한 당사자로서 총학생회가 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총학생회 선출 과정에서 온갖 잡음이 터져나왔습니다. 기성 정치판을 닮은 온갖 협잡질이 총학생회 선거 과정에서 불거졌습니다. 지난해 말 선거에서 당선된 총학생회는 운동권이 많다는 게 언론보도 내용이었습니다.

총학생회가 몇 년 만에 사회적 이슈의 중심에 설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치 않습니다. 이미 오래 전 이야기지만, 학생사회에서 이슈의 주도권을 놓친 총학생회가 다시 그 주도권을 되찾기란 어불성설인 것 같습니다. 그저 언제나 그랬듯, 싸우는 친구들만 싸우는 법이죠. 

20대 개새끼론이나 학생사회의 보수화를 이야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주도권 없는 총학생회는 결국 단기적인 치적에만 집중하게 되고, 그간 학교와의 협의 과정이나 결과는 차기 학생회로 인계되기 어려운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1년짜리 단기 정권의 한계란 그런 법이죠. 학기초에 등록금 문제로 반짝 싸워주고 연애인 불러서 축제 잘 차린 뒤 학교와의 협의를 통해 몇몇 복지 분야만 개선하면 성공한 총학생회입니다. 요즘엔 총학생회장이나 집행부 경력도 이력서의 한 줄이 되는 시대가 되었는지, 모두들 자기들 치적만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런 느낌이 강하게 드는 건, 소통한답시고 각 대학 총학생회가 운영하는 트위터 계정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대학        총학생회 계정 팔로어/팔로잉 비고
연세대 @yonsei48         377 359
서울대 @53chonghak 327 84
조선대 @chosun2011 362 312
카톨릭대 @CUKchonghak 151 256
경희대 @KHUniv2011 165 384
고려대 @Humanitas44 459 842
포스텍 @postech_stu 75 74
한국외대 @hufseoul         76 2
         @hufsch         101 31 8개월 전 멈춤
단국대 @dkuch43          57 52
서울시립대 @UOS2010         109 102
강원대 @knuchong 22 13
인하대 @inhachch 28 28
한양대 @HYU_Termi39 16 27
서강대 @SGSHOUT 309 290
이화여대 @real_ewha 100 53 4개월 전 멈춤

 
지난해 6.2 지방선거에서 투표인증샷을 중심으로 트위터가 주목받았습니다. 각 언론사마다 트위터와 같은 소셜 미디어를 운영하고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선보였으며, 정치인들도 소셜 미디어에 주목했던 한 해였죠. 대학생이라고 예외일 수 없습니다. 

스마트폰 보급에서 대학은 일반 기업보다 뒤처졌습니다. 학생들에게 스마트폰 요금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죠. 약정기간이 걸려 있다면 대학생들에겐 더욱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스마트폰이 없더라도 소셜 미디어 서비스는 컴퓨터만으로도 이용할 수 있죠. 

각 대학 총학생회가 트위터의 정보 확산 능력에 주목했을 것입니다. 그리곤 계정을 만들었겠죠. 재밌는 사실은 제가 조사한 총학생회의 대다수가 1년짜리 계정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리스트를 살펴보시면, 대다수 계정에 연도나 기수를 알려주는 숫자가 함께 조합돼 있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총학생회의 정체성을 알려주는 캐치프레이즈가 등장하는 계정도 있습니다. 매년 새로운 총학생회 계정이 등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이는 전임 총학생회와 후임 총학생회 사이에 인수인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총학생회를 준비하는 인자들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죠. 어쩌면 기성 정치문화의 영향일 수도 있습니다만, 이는 더욱 비관적인 이야기겠죠. 

하나의 계정을 만들고 운영하는 데,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오늘의 사업이 미진했다면, 미래 사업이 더 잘 이뤄질 수 있는 토양을 구축하는 호흡을 배워야겠지요. 그건 조그만 소모임부터 총학까지 모두 해당하는 이야기입니다. 물론 우리나라 트위터 이용자들 사이에서 해시태그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그룹이 대학 그룹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짜리 총학생회 계정이 갖는 한계는 명확합니다. 

그건 소통이 아니고 무책임이며, 치적이 아니라 쓰레기의 양산일 뿐입니다. 더 적확하게 말하자면 무식함의 소산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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