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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미누'

다민족사회

by 망명객 2009. 10. 13.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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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누

네팔인 '미누'는 내 친구다. 한국 사람보다 더 유창하게 한국어를 구사하는 그는 이주노동자방송국(MWTV)에서 활동한다. 방송국 대표를 지내기도 했던 영상활동가이자 이주민 밴드 '스탑 크랙다운'의 보컬인 그는 지금 화성 외국인보호소에 갖혀 있다.

오늘 아침, 방송국으로 출근하는 그를 출입국단속요원이 현장에서 연행했다. 연행 사유는 '불법 체류'. 그에 대한 표적단속이란 것이 주변 친구들의 판단이다. 한 사람의 영상 활동가이자 음악가인 미누를 법무부가 가만히 둘 리 없다는 게 그들의 이야기다. 내일 아침 네팔 행 비행기가 있다. 법무부로선 시민단체가 표적단속 운운하기 전에 빨리 그를 추방하는 게 상책일 터.

생산 현장에서 노동을 하고 있어야 할 이주노동자는 그들의 권리를 위해 카메라를 들고 노래를 부르면 안 된다. 그것이 정부의 생각이다. 한 사람의 이주노동자가 자신과 동료들이 처한 노동·사회환경의 부조리를 깨달았다. 이를 고발하기 위해 그는 카메라를 들고 노래를 불렀다. '불법'이란 딱지가 붙은 그의 체류 연장기간은 자신과 동료들이 처한 현실과 투쟁하는 시간이었다. 그가 단속 표적이 된 사유는 바로 그의 활동 때문이었으리라. 미누에 대한 표적단속, 난 이것을 언론탄압이라고 생각한다. 표현의 자유는 합법적 체류자에게만 주어지는 권리가 아니다.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영상을 만들고 저항의 노래를 불렀기에 그는 당국의 표적이 됐다.

술자리에서 늘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던 사람이 내 친구 미누였다. 간간히 이주민이 처한 어려움을 호소하기도 하지만, 늘 웃는 얼굴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지긋이 들어주던 사람이 바로 미누다. 이 땅에는 그가 불러야 할 꿈의 노래가 남아 있다. 코리안 드림, 그 꿈의 내용을 그는 아직 노래하지 못했다. 더욱이 난 아직 그에게 "미안하다"란 이야길 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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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목요일에 올렸다가 지운 글을 다시 블로그에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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